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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왜 의견을 내?"… 광주시, 행정심판委 심리·판단 개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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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가 행정심판위원회 운영을 두고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행정 심판 업무 담당 부서가 개별 심판 청구 사건을 검토한 뒤 인용이나 기각, 각하 등 재결(裁決) 내용에 대한 의견을 심판 위원들에게 제시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당장 법조계 등에선 "심판 위원들의 심리·재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라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광주시 행정심판위원장(시장) 직무 대행인 문영훈 행정부시장이 2월 말 취임 이후 한 번도 행정심판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회의 때마다 참석 위원들이 의장을 호선으로 뽑는 등 주먹구구식 제도 운용도 입길에 올랐다.
12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시 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는 지난달 2일 회의를 열어 건설·교통 분야 등 9개 심판 청구 사건을 심리·재결했다. 행심위는 행정청의 위법·부당한 처분이나 부작위에 대한 심판 청구에 대해 심리·재결하는 합의제 행정 기관으로, 해당 행정청의 직근 상급 관청에 설치된다. 이에 광주 지역 5개 자치구와 광주시 소속 행정청 등의 처분 등에 대해선 광주시 행심위가 증거 조사 등 사법(司法) 절차를 준용해 심리·재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행심위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가 필수다. 행정심판법으로 행심위 위원의 임기와 신분을 보장하고 전체 위원 중 과반수를 민간인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광주시 행심위 현실은 달랐다. 행심위 운영 보좌에 그쳐야 할 담당 부서인 법무담당관실이 개별 심판 청구 사건을 검토한 뒤 청구인의 주장을 인용하거나 기각 또는 각하해야 한다는 의견을 행심위에 내고 있다. 실제 법무담당관실은 올해 들어 9차례 개최한 행심위 회의에서 모든 심리 안건에 대해 재결 내용을 정하고 이를 심판 위원들에게 제시했다. 광주시 공무원들이 재결권을 쥔 심판 위원들의 판단을 보좌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는 셈인데, 이를 두고 "행심위 심리·재결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변호사는 "시·도행심위 위원장인 시·도지사가 위원을 위촉해 행심위 심리·의결에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행정 심판 업무 담당 부서가 재결 내용에 대한 의견까지 제시하면 행심위 독립성을 더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남도는 개별 심판 청구 사건을 놓고 어떤 재결 내용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견을 행심위에 내지 않고 있다. 이에 광주시는 "행심위가 담당 부서 의견과 다른 판단을 내린 경우도 있다"고 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이와 관련, 한 행정 심판 위원도 "사람의 판단 기준이나 생각은 비슷하기 때문에 행정 심판 실무 부서에서 생각(의견)을 내면 비슷한 결론에 이르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심판 위원 변경 등 행심위 제도 운용을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실제 행심위가 특정 심판 청구 사건에 대해 두 차례(7·8월) 회의에서 연속 보류 판정을 내리자, 법무담당관실이 다음 회의(9월)에서 해당 사건 심판 위원 절반 이상을 바꿨다. 이는 "심리 보류 판정을 내린 심판 위원을 교체한 적이 없다"는 대전시와 비교되면서 광주시가 행심위 심리의 공정성을 훼손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기에 행정심판위원장 직무 대행인 문 부시장이 회의를 소집해 놓고 정작 자신은 한 번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도마에 올랐다.
광주시 관계자는 "행정심판위원들이 심판 청구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도록 광주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청구 사건에 대해 사실 관계 정리 등만 보좌하고 위원들이 양심에 따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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