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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지원금 '먹튀'에... 돈 쓰고 인구 줄고 두번 우는 지자체

입력
2022.10.20 14:00
수정
2022.10.20 14:4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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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없는 출산 '錢'쟁]
<상> '제로섬' 전락, 출산지원금
출산율 1위 해남, 지원금 노린 전입 적지 않아
전북 진안, 지원금 높여도 출생아 감소
"출산지원금, 지자체 아닌 중앙정부 사업"

출산지원금은 전국 대부분 시·군·구가 실시하고 있으나 담당 공무원으로부터도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출산지원금은 전국 대부분 시·군·구가 실시하고 있으나 담당 공무원으로부터도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2001년 전남도에서 처음 도입한 출산지원금은 20여 년이 지난 현재 명실상부한 대표 저출생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감사원의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 226개 시·군·구 중 출산지원금을 주는 곳은 222곳이다. 총 36만3,855명이 출산지원금 2,709억 원을 탔다.

출산지원금, 담당 공무원도 "문제 있다"

정작 출산지원금은 제도를 운용하는 공무원으로부터도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2019년 육아정책연구소 조사 결과 저출생 담당 공무원 81.1%는 "출산·결혼 관련 현금 지원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간 과도한 경쟁·형평성 문제' 등을 제시했다. 지역마다 상이한 금액, 출산지원금 출혈 경쟁이 출산율 상승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출산지원금의 부정적 효과는 광주가 출산지원금을 올리자 전남 영광군 등 인접 시·군의 출생아가 크게 줄어든 것 말고도 더 있다. 2012년부터 7년 연속 출산율 1위를 달렸던 전남 해남군에서 나타난 출산지원금 '먹튀'가 대표적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해남군은 2012년 출산지원금을 첫째 기준 5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높였다. 그러자 2012년 해남군의 0세 인구는 810명으로 전년 대비 301명 증가했고 수년간 800명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출산지원금을 노린 전입도 적지 않았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2012년, 2015년에 출산지원금을 받은 자녀의 엄마 중 27.5%, 28.3%는 출산 직전 6개월 내에 해남군으로 주소를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출산지원금 대상 아동 중 지급 종료 6개월 이내에 해남군을 떠난 비율은 2012년 18%, 2015년 26%에 달했다. 충북 영동군도 2017년 출산지원금을 올리면서 출생아가 늘었으나 산모 중 37%는 전입 1년 미만의 신규 군민이었다.

한 기초 지자체 관계자는 "출산지원금을 받기 위해 위장 전입하는 경우도 있고 설령 이사한 사람도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엔 도시로 떠난다"고 말했다.

"출산지원금, 전체 인구 증가와 관련 적다"

출산지원금을 늘렸는데 출생아 감소를 막지 못한 사례도 있다. 예컨대 전북 진안군은 2016년 첫째·둘째 출산지원금을 120만 원에서 360만 원으로 올렸지만 출생아는 2015년 195명, 2016년 176명, 2017년 147명으로 떨어졌다. 반면 주거·교육 환경이 좋은 세종, 부산 강서구는 출산지원금이 없거나 적은데도 출산율이 높다. 출산지원금이 높다고 꼭 아이를 더 낳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이에 출산지원금과 관련한 중앙·지방정부의 역할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산지원금만 놓고 보면 차라리 중앙정부 차원의 보편적 복지 사업으로 통일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다만 이럴 경우 현재 만 7세까지 월 10만 원씩 주는 아동수당, 2024년 월 100만 원 지급이 목표인 만 0세 자녀 부모급여 등 중앙정부가 실시하는 출산장려사업 재설계도 불가피하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19년 펴낸 '출산육아지원 사각지대 해소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지자체별 상이한 출산지원금 제도는 국가 전체의 인구 증가와 관련이 적다"며 "출산지원금은 지자체가 개별 시행하기보다 중앙정부에서 실시해야 할 성격의 제도"라고 평가했다.

출산지원금 업무를 중앙정부로 넘긴 지자체는 그동안 저출생 대책과 혼재돼 있던 지방소멸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출산지원금 문제는 국가 업무를 지자체가 하면서 비롯된 만큼 지자체는 산업, 일자리 등 자기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정책 발굴에 힘을 써야 한다"며 "인구 유입도 억지로 청년과 신생아 가구를 유치할 게 아니라 차라리 은퇴층인 50, 60대의 유입을 유도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실속 없는 출산 '錢'쟁] 글 싣는 순서


<상> '제로섬' 전락 출산지원금

<하> 저출생 반전 기회 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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