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도 쐈다…北, 보름 사이 7차례 탄도미사일 도발

입력
2022.10.09 16: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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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당 창건일 하루 앞둔 9일 심야 탄도탄 발사
9월 25일부터 15일간 장소·시간·탄종 계속 바꿔
'말폭탄' 동시 위협... 핵실험 등 추가 도발 가능성

북한 조선우표사는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선포한 '핵무력 법제화'를 기념하는 우표를 포함해 새로운 우표 3종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조선우표사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우표 도안. 연합뉴스

북한 조선우표사는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선포한 '핵무력 법제화'를 기념하는 우표를 포함해 새로운 우표 3종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조선우표사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우표 도안. 연합뉴스

북한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한밤중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최근 보름 사이 7차례 미사일을 쐈다.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을 앞두고 한미일 3각 공조를 흔들기 위해 무력시위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항공모함까지 투입해 연합훈련에 나선 한미 양국과 여전히 핵실험카드를 손에 쥔 북한의 '강대강' 대결구도가 갈수록 굳어지는 모양새다.

북한이 지난 4일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이 앞서 1월 30일 시험발사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4일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이 앞서 1월 30일 시험발사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장소·시간·탄종 계속 변화... "정교한 계획하에 대응 발사"

합동참모본부는 9일 "오전 1시 48분경부터 1시 58분경까지 북한이 원산 북방 강원도 문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심야 발사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번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350㎞, 고도는 90㎞, 속도는 마하 5로 탐지됐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이후 15일 동안 이날까지 총 7차례, 12발의 탄도미사일을 쐈다.

특히 북한은 미사일 발사지점을 매번 바꿨다. 7차례 도발 가운데 평양 순안(2회)을 제외하고는 평안남도 태천, 평안남도 순천, 자강도 무평리, 평양 삼석, 강원도 문천 등 발사장소가 각기 서로 다르다. 발사시점도 오전 이른 시간과 오후 늦은 시간, 여기에 심야 발사까지 각양각색이다.

언제, 어디서든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미 연합 대비태세를 떠보려는 노림수가 깔렸다. 또한 지속적인 발사를 통해 이를 추적해야 하는 한미 양국에 피로감을 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한의 '몰아치기' 도발에 맞서 미국 핵추진 항모 로널드 레이건은 한국 해군과 연합 훈련을 마친 뒤 일본으로 빠져나갔다가 다시 동해로 돌아와 재차 훈련(7, 8일)에 나서야 했다.

이날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사거리와 정점고도, 최고속도에 비춰 초대형 방사포 KN-25로 보인다”고 짚었다. 앞서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에 이어 여러 종류의 미사일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발사한 미사일이 다양한 사거리, 목표물, 시간대를 보이는 것은 북한이 정교한 계획에 따라 도발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외에 최근 수년간 자제하던 전투기ㆍ폭격기 편대 운행을 전방지역에서 재개(6일)하며 무력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북한, 최근 보름간 7차례 탄도미사일 도발. 그래픽=김문중 기자

북한, 최근 보름간 7차례 탄도미사일 도발. 그래픽=김문중 기자


北, 한미 연합훈련에 신경질적 반응... 미사일-말폭탄 동시 위협

북한은 무력도발에 이어 ‘말폭탄’까지 쏟아내고 있다. 북한 국가항공총국 대변인은 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우리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반세기 이상 지속된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들로부터 나라의 안전과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정상적이고 계획적인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국방성 대변인도 조선중앙통신에 실린 문답에서 레이건함 동해 재진입을 두고 “미국과 남조선의 극히 도발적이고 위협적인 합동군사연습에 우리 군대가 보인 정당한 반응을 보인 데 대하여 소위 경고를 보내려는 군사적 허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의 무력시위는 도발이 아니라 자위권 차원의 응당한 조치라는 것이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앞두고 시찰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앞두고 시찰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TV 연합뉴스


SLBM·ICBM·7차 핵실험... 北 추가도발 카드 '무궁무진'

북한의 추가 도발 징후는 뚜렷하다. 이날 SRBM을 쏘아 올린 강원도 문천은 북한이 지난 2019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발사한 원산과 인접해 있다. 도발 패턴도 비슷하다. 당시 SLBM 원산 발사는 초대형 방사포 추정 SRBM 발사 이후에 실시됐다.

북한이 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감행하면 이는 중단거리 미사일 도발과는 차원이 다르다. 잠수함에서 쏘는 SLBM은 발사 이전까지 어디서 도발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무방비로 당하거나 요격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 ICBM은 미 본토를 직접 겨냥한 무기다. 합참은 6일 국정감사에서 “국면 전환을 위한 ICBM 발사 등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7차 핵실험은 갈수록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공개한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통해 "북한 핵실험 준비가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앤킷 팬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9일 AFP통신에 “수많은 미사일 시험은 핵실험의 준비단계를 나타낸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명령만 내리면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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