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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홍 사건이 촉발한 '친족상도례' 악용 논란… 폐지냐 개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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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박수홍의 출연료와 수익금 등을 횡령한 혐의로 친형 박진홍씨가 구속기소되면서, 친족 간 재산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친족상도례' 법 조항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씨의 부친이 친족상도례 조항을 활용하려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대 상황에 맞게 법을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 김창수)는 지난 7일 박수홍의 친형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친형 박씨는 10년간 박수홍의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면서 기획사 자금을 불법 사용하고, 박수홍 개인계좌에서 무단으로 자금을 인출하는 등 61억7,000만 원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논란은 박씨 아버지가 검찰 조사에서 "(횡령한) 재산을 내가 관리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분쟁 당사자인 두 아들 사이에서 횡령 주범을 자신이라고 지목해 큰아들의 죄를 뒤집어쓰겠다고 나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박씨 아버지의 주장을 두고는 '아들에 대한 순수한 사랑'보다는 '가정 내부의 재산범죄엔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친족상도례를 악용하려 한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형법 328조에 규정된 친족상도례는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동거가족 등 사이에서 벌어진 절도·사기·횡령 등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조항이 있다. 박씨 아버지가 횡령의 주범으로 인정될 경우 ①큰아들을 방어할 수 있고 ②직계혈족인 자신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박수홍씨의 법률대리인인 노종언 변호사는 "80세 넘은 아버지가 인터넷 OTP와 공인인증서를 활용해 법인과 개인통장을 모두 관리했다고 한다"며 "친족상도례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박씨 아버지의 주장을 배척했다. 박수홍의 계좌번호조차 몰랐던 아버지는 범행 연루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검찰 조사 결과 박수홍 친형의 횡령범죄 대부분은 연예기획사인 '법인'을 상대로 저지른 것으로, 친족상도례와는 관계가 없었다. 박수홍 개인을 상대로 한 범죄에 대해서도 친형이 박수홍과 동거하고 있지 않아 친족상도례 적용은 불가능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박수홍 친형의 횡령 사건을 계기로 가족간 재산범죄에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친족상도례 법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내세웠던 '친족간 형사처벌로 가족 질서가 깨져선 안 된다'는 명분이 핵가족과 1인 가구가 대세인 현재 상황엔 맞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그러나 완전 폐지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가족들이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도 2012년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깨지는 걸 막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며 친족상도례 규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안으로는 친족상도례 조항에 처벌 가능성을 열어두고 법 개정을 시도하는 게 합리적이란 의견이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대상을 반영해 직계혈족 재산범죄에 대해선 무조건 면책보다는 피해자 의사를 존중해 친고죄(고소해야 공소 제기가 가능한 죄)가 적용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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