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공공임대아파트 216가구 무더기 경매 '날벼락'

입력
2022.10.0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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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대구 달성군 현풍읍 공공건설임대아파트
채권단, 민간임대사업자 대출연장 요구 수용 못해
소유권이전 및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도 맞물려
"임차인 동의 없이 근저당, 경매 중단해야" 목소리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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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아파트가 8,000가구를 넘어선 대구의 한 공공건설 임대아파트에서 한꺼번에 200여 가구의 경매물건이 무더기로 쏟아져 입주민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채권단이 대출금 변제계획서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한 민간임대사업자의 만기연장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경매에 넘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구지역 부동산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9일 대구지법 서부지원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대구 달성군 현풍읍의 792가구 A아파트에서 216가구가 한꺼번에 경매시장에 나왔다. 공공건설 임대주택인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82~83㎡ 규모로 2015년 9월 임차인들이 월세로 입주한 뒤 지난해 6월 분양 승인이 났다.

민간임대사업자는 2020년 5월 건설업자에게 이 아파트를 넘겨받았고 자금을 빌려준 채권단은 근저당을 설정했다. 아파트의 당초 예상 분양가가 1억2,100만 원에서 1억3,85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으나 최초 입주자 중 370가구가 분양을 받았다.

민간사업자가 아파트 인수 후 전세를 1억2,000만 원으로, 분양 승인 뒤에는 전세 1억4,000만 원으로 입주자를 채우면서 현재 420가구 정도가 미분양 상태다.

채권단이 경매에 넘긴 216가구 중 136가구는 분양 승인 후 전세 물량이고, 80가구는 근저당 설정 후 분양 승인 전까지의 전세 물량이다. 미분양된 420가구 중 30가구는 비어 있고, 170가구에는 근저당 전에 입주한 임차인들이 살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아파트 준공 후 최초 입주자들은 1순위 권리자이기 때문에 채권단이 굳이 경매에 넘길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8월 기준 전국 지역별 미분양 현황. 그래픽=김문중 기자

8월 기준 전국 지역별 미분양 현황. 그래픽=김문중 기자

이 아파트는 법적 소송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경매에 넘어간 216가구 중 분양 승인 전에 입주한 80가구와 최초 입주자인데도 분양을 받지 못한 가구 등 180가구가 소유권 이전소송을 벌이고 있다. 소송 참여 관계자는 "중간에 들어온 입주자라도 분양시점에 무주택이면 분양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경매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미 분양받은 370가구 중 일부도 당초 예상 분양가보다 가구당 1,750만 원 정도를 더 냈다며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벌이고 있다.

A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간 것은 B건설이 정부 지원을 받아 아파트를 건설했지만 미분양이 발생하자 민간사업자에게 매각한 게 발단이 됐다. A아파트 여창준 임차인대표회장은 "정부가 무주택 서민을 위해 지은 공공건설 임대주택이 취지에 어긋나게 변질되고 있다"며 "임차인 동의 없이 근저당이 설정된 터라 경매는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대구지역 미분양 공공주택은 8월 기준 8,301가구로 지난 2011년 12월 8,672가구 이후 10년 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미분양 주택 3만2,722가구의 25.4%에 달한다.

대구= 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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