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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포항 지하주차장 참사 중학생, 시민안전보험금 못 받는다

입력
2022.10.08 00: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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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미만 상해사망 보험 불가' 규정
사고 당시 14세 김주영군 가입 안돼
보험금 노린 범죄 예방 차원서 제한
재난사고 빈번 "15세 미만 허용해야"

해병대 특수수색대와 소방수색대가 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주차장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달 7일 수색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항=서재훈 기자

해병대 특수수색대와 소방수색대가 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주차장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달 7일 수색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항=서재훈 기자

시민안전보험에 가입된 경북 포항시가 지난달 태풍 힌남노 피해로 숨진 W아파트 지하주차장 사고 희생자 유족 등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만14세였던 김주영군 유족은 상법상 '15세 미만 상해사망 보험계약 금지' 규정 때문에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7일 포항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6일 태풍 힌남노로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에서 숨진 10명의 시민안전보험을 청구했다. 시는 재난과 감염병, 대중교통 사고 등으로 피해를 본 시민 부담을 덜기 위해 시민안전보험에 가입했다. 상해사망 유족에게는 보험금이 최대 2,000만 원 지급된다. 하지만 사고 당시 만14세였던 김군은 ‘15세 미만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계약은 무효’라는 상법 제732조에 따라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포항시 관계자는 “사망 당시 김군이 만14세라 보험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돼 안타깝다”며 “시민안전보험을 계약한 한국지방재정공제회에 모든 시민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상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15세 미만 상해사망 보험계약 금지 조항은 보험금을 노리고 미성년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범죄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인 1998년 9월,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남성이 보험금을 1,000만 원을 타려고 열 살 아들의 손가락을 자른 사건이 있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해당 조항 때문에 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한 유가족이 생기자, 수학여행과 같은 단체보험에는 15세 미만 상해사망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 때인 2017년 해당 조항에서 ‘15세 미만자’를 삭제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보험업계에선 시민안전보험 취지를 고려하면 '15세 미만' 규정 폐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손해보험회사 관계자는 “시민안전보험은 지자체에 주소를 둔 시민이라면 별도 절차 없이 자동 가입되는 정책보험"이라며 "보험금도 많지 않아 예전부터 15세 미만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로부터 받은 최근 3년(2019~2021년)간 시민안전보험 운영 현황에 따르면, 지자체들은 449억 원의 보험료를 납부했지만, 지급된 수혜액은 289억 원 에 불과해 수혜율이 64.4%에 그쳤다.

포항=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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