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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7차 핵실험 앞두고 9·19 군사합의 풍전등화 신세

입력
2022.10.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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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정부가 9ㆍ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이 핵실험을 하면 군사합의 이행의 기초가 되는 상호 간 신뢰가 결정적으로 사라지는 데다,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로 군사합의의 효용성 자체가 상실됐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남북군사합의는 남북 간 긴장 상황의 마지막 완충지대로 작용하는 만큼, 파기 검토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7일 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9ㆍ19 남북군사합의를 재검토하거나 폐기하는 방안이 최근 윤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7차 핵실험은 '남북 간 적대적 긴장과 전쟁 위협을 없애고, 한반도에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한다'는 문재인 정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인 만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북핵 억제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대응 방안으로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미리 말씀드리긴 좀 어려울 것 같다”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북핵에 대응을 해나가는 안보협력 3개국(한미일)이 외교부와 안보실 등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거기에 대한 대응 방안을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 뒀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맺은 것으로 남북이 일체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서해 해상 평화수역화 등의 군사조치 등이 담겼다.

그러나 이후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 등으로 보수 진영에선 실효성 없는 합의라는 비판이 거셌다. 윤 대통령도 지난해 9월 대선 후보 시절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하며 “북한이 9ㆍ19 남북군사합의를 많이 위배하고 있는데, 제가 집권하면 9ㆍ19 합의에 대한 정확한 이행을 촉구하고 그래도 도발을 감행하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해 “북한은 합의사항을 준수하지 않는데 우리만 준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북한의 도발 강도를 봐 가며 합의 효용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여당은 남북군사합의 파기 필요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만일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마땅히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위원회 소속 김기현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이 잘못된 합의는 파기돼야 하고, 가짜 평화 쇼로 국민을 속인 안보 무능 민주당은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적었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남북군사합의 파기 후 비무장지대 등 접경지역에서 군사 대치가 늘어나 긴장도가 높아지면 우리 정부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의 관련 질의에 “아주 특단의 사정이 없는 상태서 군사합의를 비롯해 남북 간에 맺은 합의를 깨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현재 남북관계 상황으로 볼 때 여러 가지 안 좋은 시나리오까지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서는 이런저런 옵션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는 원론적 얘기를 한 것이지 합의의 백지화를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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