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잠잠한데 토요일에 체육대회 한번 어때"... 직장 갑질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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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3 04:30

편집자주

월급쟁이의 삶은 그저 '존버'만이 답일까요? 애환을 털어놓을 곳도, 뾰족한 해결책도 없는 막막함을 <한국일보>가 함께 위로해 드립니다. '그래도 출근'은 어쩌면 나와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노동자에게 건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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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김병삼(가명)씨는 앞으로 다가올 사내 행사에 벌써 눈앞이 캄캄하다. 이번 달에만 1박 2일 일정의 단합대회와 체육대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숙박이 포함된 단합대회의 경우 주말에 가는 건 눈치가 보이는지 평일에 가기도 하지만, 가끔은 금요일에 출발해 토요일까지 붙잡혀 있어야 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고,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까지 논의되면서 직장 내 단체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모임이 금기시되던 분위기도 바뀌었고, 오랫동안 대규모 인원이 함께하는 행사를 치르지 못했으니 다시 팀·부서·전체 단위로 회사 밖에서 다 같이 만나자는 것이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활동에 개인 시간까지 할애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한숨이 점점 짙어진다.

"평일·주말 다 싫어... 차라리 일하는 게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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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행사의 유형은 다양한데 하루짜리 체육대회, 단합대회부터 김병삼씨 사례처럼 교외로 떠나는 1박 2일 워크숍도 있다. 취지는 단합력을 끌어올려 일의 능률을 올리자는 것이다. 2004년 주 5일 근무제 도입 이후 토요일 대신 평일에 행사를 하는 경우도 늘었지만, 여전히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행사를 하는 곳도 많다.

직장인들은 주말 기간 열리는 행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다. 휴일을 원하는 대로 보낼 수 없어서다. 한지은(가명·31)씨는 남편이 주말 1박 2일 일정으로 워크숍을 떠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보통 고기를 구워 먹고 술을 마시는 편인데, 윗사람이 다 같이 수상 스포츠를 체험하자고 해 간 적도 있다고 한다. 회사 규모가 크지 않고, 먼저 빠지겠다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한씨의 남편은 '울며 겨자 먹기'로 행사에 참석한다.

행사가 평일에 열리더라도 원하는 직원이 많지 않아 '차라리 일이나 하면 좋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퇴근 시간이 지켜지지 않고, 무엇보다 프로그램에 하고싶지 않은 활동이 많아서다. 최근 회사 대표가 체육대회, 단합대회, 워크숍 등을 매주 연다는 박은지(가명)씨는 "퇴근도 늦어지는 데다 온종일 회사 사람들과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크고, 1분 1초까지 상사에게 평가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행사 준비에 시간을 들여야 해 가욋일이 되레 많아져 모두 '단합대회를 안 하면 일을 더욱 열심히 하고 야근까지 할 테니 제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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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씨 말처럼 참석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행사 도중 부상까지 입는 일도 있다. 30대 직장인 우민식씨는 "체육대회 날 넘어지면서 손목을 크게 다쳐 일상생활까지 어려운 상황이 됐다"면서 "억지로 참석한 건데 부상까지 당해 업무는 물론 일상에까지 차질이 생겨 두 배로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20대 안소정씨는 체육대회에 의욕적으로 나선 과거의 자신을 원망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바깥바람도 쐬고, 선배들과 친해져 회사 생활이 더욱 즐거워질 것 같았다. 하지만 막내라는 이유로 소정씨에게 모든 행사 준비가 맡겨졌다. 그는 "기쁜 마음에 일손을 거들겠다고 했는데 행사 장소, 식당 예약 등 모든 준비를 내가 하게 됐다"면서 "괜히 나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내인 탓에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상황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휴일·퇴근 후에도 눈치 보여 꾸역꾸역"... 수당은 못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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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직장인이 이런 행사를 싫어하면서도 꾸역꾸역 나서는 것은 눈치가 보여서다. 참석을 강제하지 않고, 불참한다고 결근 처리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진 않지만 '안 가면 안 되는 분위기'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은지씨는 "참석 강요나 불이익은 없지만 '왜 안 가느냐, 무슨 일이 있느냐'며 꼬치꼬치 캐묻는 걸 대답하느니 그냥 눈 딱 감고 자발적인 척 가는 게 속이 편하다"면서 "안 가면 또 'MZ세대는 이기적이다'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근무시간 외에 열리는 체육대회, 단합대회, 워크숍에 참석해야 하는 것도 억울한데 추가 근로 수당을 받기도 쉽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2018년 6월 내놓은 '근로시간 해당여부 판단 기준 및 사례'에 따르면,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효과적인 업무 수행 등을 위한 집중 논의 목적의 워크숍·세미나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지만, 친목도모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또 단합차원에서 이뤄지는 워크숍 등 역시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다.

행사 도중 회의를 하거나 토의를 하는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지만, 그 이외의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다. 비슷한 예로 회식이 있다. 회식은 사업장 내 사기 진작, 조직의 결속·친목을 강화하는 취지의 행사여서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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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근 노무사는 "단합대회 등의 행사들은 추가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면서 "다만 강제로 참석해야 하는 경우에는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을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또 "워크숍 행사를 위해 평소 출퇴근보다 장시간 이동하는 경우 이동시간을 근무시간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쟁도 많이 벌어지는데, 요즘은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을 통해 워크숍 등 참석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게 하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단 민식씨처럼 체육대회 도중 다쳤다면, 이는 산업재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는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인정 기준으로 따지는데,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 또는 행사 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를 대상으로 열거하고 있다. 김현근 노무사는 "회사의 지휘·감독하에 있거나, 부서 단위로 연습을 시킨 상황에서 부상을 입을 경우 산재 인정 가능성이 꽤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참석 강요하면 직장 내 괴롭힘 소지... "행사 자제, 수당 지급으로 문화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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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시간 외 행사에 참석을 강요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하는데, 행사에 참석을 강요하는 행동이 업무상 적정범위를 벗어나 고통을 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직접적 강요보다는 회사 행사에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아, 궁극적으로는 근무시간 외 행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참석해야 한다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방향으로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근무시간 내라고 해도, 개인적 이유로 행사 참석을 원치 않는 경우도 있는 만큼 행사 때 개개인을 세심히 배려할 필요가 있다.

권남표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상식적으로 봐도 일하지 않는다면 워크숍 같은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현재 '친목도모' 시간을 근로시간이 아니라고 보면서 불편함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사내 분위기를 윤택하게 만들어서 서로 관계가 좋아져 성과를 좋게 하는 건 결국 회사를 이롭게 하는 것이니, 시간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고 근무시간 외에 열리는 행사에 대해 거절하는 것이 당연해지는 사회로 변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권 노무사는 "(아무리 근로시간 내에 한다 하더라도) 장기자랑처럼 사회적, 개인의 인권 의식을 넘어서는 활동을 시키면 안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만약 신체적 특성에 따라 체육대회에 참석할 수 없는 근로자가 있다면 이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사회적 인식이 도달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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