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심사만, 그만 슬펐으면" 백신 피해자 하소연에 국감장 눈물바다

입력
2022.10.06 18:17
수정
2022.10.06 18: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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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아이들과 미래 살 수 있게 보상을"
파산해 아이들과 지방 다니는 유가족도
"질병청 항소 취하를"…백경란 "검토하겠다"

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가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백신피해 관련 국가상대 손해배상 청구 및 질병관리청장 직무유기 형사고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가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백신피해 관련 국가상대 손해배상 청구 및 질병관리청장 직무유기 형사고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신으로 사망한 남편을 생각하며 그만 슬퍼하고 싶습니다. 허무하게 아빠를 빼앗긴 아이들을 봐서라도 미래를 살아갈 수 있게 이제는 보상해 주길 바랍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상반응으로 남편을 잃은 최미리씨가 6일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하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최씨는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정부 답변만 1년 넘게 듣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최씨의 눈물에 국정감사장은 눈물바다가 됐지만, 복지부와 질병청은 "살펴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백신 이상반응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이날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나와 울분을 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백신 피해 국가책임제'를 약속했지만 적극적인 보상 체계와 신속한 심사는 여전히 답보 상태이기 때문이다.

"3월에 보상 신청 통보받았는데 아직도 작년 11월 건 심사"

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백신피해 관련 국가상대 손해배상 청구 및 질병관리청장 직무유기 형사고소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백신피해 관련 국가상대 손해배상 청구 및 질병관리청장 직무유기 형사고소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최씨의 남편은 지난해 9월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뒤 이상반응으로 13일간 병원에 입원했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남편이 생을 마감한 나이는 36세. 두 아들은 세 살, 일곱 살에 아버지를 잃었다.

지난해 9월 23일 보건소를 통해 피해보상 신청을 했는데 반년이 지난 올해 3월 11일에야 남편 사망이 백신과 관련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질병청으로부터 심근염에 대한 인과성 피해보상 신청을 하라는 통보가 또 왔다. 최씨는 "알아보니 잘못 통보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피해보상은 신청한 지 1년 넘게 지났는데도 이뤄지지 않았다. 아직도 지난해 11월 접수 건에 대한 보상 심의가 진행 중이라 최씨처럼 3월에 통보받은 사람들은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는 "인과성은 인정받았는데, 아직도 (보상은) 묵묵부답"이라며 "이건 질병청의 직무유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백회 "보상 아닌 위로금? 피가 거꾸로 솟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김두경 코로나19 백신피해협의회(코백회) 회장은 치료비로 전 재산을 쏟아부어 삶이 망가진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퇴직금 탕진은 물론 대출을 최대한 끌어온 탓에 지방으로 이사를 가거나 부채로 상속을 포기하고 파산한 사람들, 하루아침에 한부모가정이 돼 막막해하는 피해자가 넘쳐난다고 했다. 그는 "국가 지원을 받으려고 해도 이들은 복지급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지원받지 못한다"며 "억울해 피가 거꾸로 솟는데 위로금이라니"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의원들은 질병청이 최근 '피해보상 신청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에 항소한 것을 두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백신 피해를 책임지겠다면서 항소한 건 명백한 공약 파기"라고 말했고,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가족을 잃고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끝까지 이기겠다는 건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항소를 취하할 생각이 없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신중하게 다시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백경란, 취임 이후 주식 보유한 업체 정부 사업에 참여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선 백 청장의 답변 태도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백 청장이 백신 이상반응 피해자 사례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는데, 직위를 책임지는 사람이 할 발언이 아니다. 강 건너 불구경하느냐"고 비판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도 "목소리를 크게 하셔야 신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에 이어 백 청장의 이해충돌 논란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백 청장이 취임 이후에도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신테카바이오가 정부의 400억 원대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백 청장은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질 당시 신테카바이오 주식 3,332주를 보유했는데, 이 회사는 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사업'에 참여하는 6개 기업 중 하나였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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