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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소행성 충돌 대비한 '지구안보' 전선에서 중대걸음 시작한 인류
나사의 다트(DART) 충돌 성공 이어, 유럽은 '헤라' 우주선 준비
한국도 12월 발표 '4차 우주계획' 통해 소행성 탐사 도전 기대
소행성을 향한 인류의 야심찬 도전이 시작되었다. 소행성은 태양계가 생성되던 초기의 물질을 그대로 품고 있어서 45억 년의 태양계 역사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의 시나리오들을 설명할 수 있는 태양계의 화석 같은 존재이다. 게다가 소행성은 그 자체로 귀금속과 희토류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소행성 탐사는 과학적인 가치뿐 아니라, 우주 기술로서의 가치도 매우 크다. 우주 물체의 충돌과 지구 추락 등 우주위험의 가능성이 증가하면서 국가 안보 차원에서 지구 근접 물체들로부터 우리 지구를 지켜야 할 필요성도 점차 커졌다.
바로 그런 우주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역사적인 첫 번째 실험이 얼마 전인 9월 26일에 이루어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보낸 우주선 '다트(DART)'가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충돌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인류가 보낸 우주선이 지구 밖 1,100만㎞에서 소행성에 충돌해서 원래의 이동 경로를 수정하는 실험을 시도했고, 다행히 첫 시도에 바로 성공했다. 다트 프로젝트는 인류에게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는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을 막기 위해 소행성의 궤도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초유의 '지구 방어' 실험이었다.
충돌 순간에 발생한 빛, 파편과 먼지 등의 현장 사진은 소행성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큐브위성 '리차큐브'가 포착했다. 리차큐브는 다트에 실려 있다가 충돌 며칠 전에 우주로 사출됐다. 최근 큐브위성들은 이렇게 본체 우주선과 함께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위해서 기획 단계부터 함께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과 허블 우주망원경도 충돌 모습을 동시에 관측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네트워크도 충돌 실험을 지상에서 포착했다. 그야말로 전 우주가 합심해서 이번 지구 방어 실험을 관측한 것이다. 충돌 이후 소행성에 남은 흔적의 관측은 유럽우주국의 다음 우주선인 '헤라'가 맡을 예정이다. 헤라는 2026년경 디모르포스에 도착한다.
다트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은 10% 이내였다. 시속 2만2,500㎞의 빠른 속도로 정확히 소행성을 노려야 하는 어려운 일이었다. 실패할 경우 우주선은 연료절약 모드로 전환해 2년여 뒤 다시 충돌을 시도할 예정이었다. 성공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음에도 이 프로젝트를 감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만일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우리는 여전히 귀중한 통찰력과 기술을 확보할 것이고, 실제로 위급한 상황이 닥치기 전에 사전에 필요한 기술들을 단계별로 축적해 놓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 기술들을 시도해 볼 기회가 있었다. 바로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이다. 아포피스는 2029년 4월 지구의 정지궤도 안까지 들어올 것이고, 이렇게 큰 소행성이 가까이 오는 것은 2만 년에 한 번 정도의 확률로 있는 드문 이벤트이다. 아포피스 탐사선은 소행성과 동행비행을 하는 미션으로 소행성과 같은 속도로 우주선이 움직이며 소행성을 관측하는 비행을 말한다. 만약 성공했다면, 우주에서 위성의 연료 주입과 수리, 도킹, 우주 쓰레기 제거, 적국 위성 감시 등 우주의 상업적 이용과 군사적 목적에 꼭 필요한 기술들을 확보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는 예산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우주 미션을 제안했다가 선정되지 못하는 일은 매우 빈번하지만, 이번 아포피스 탐사 미선정이 더욱 아쉬운 것은 이번이 아니면 언제 다시 올 지 모를 천재일우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12월에 공개될 예정인 '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2023~2027)에서 달, 소행성, 화성탐사를 포함한 도전적인 우주탐사 계획들을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기회와 자유도를 우리나라의 우주탐사 임무가 얻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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