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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는 왜 특수교육과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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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17개 광역지자체별로 발달장애인 인프라를 설문조사했습니다. 복지관, 의료기관 등의 엄청난 대기기간, 막대한 치료비용, 특수학교를 찾아 떠돌아야 하는 비극 등 그 열악함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전국 1,071명의 발달장애인 가족이 응해준 그 결과, 4회에 걸쳐 총 12개 기사와 인터랙티브로 찾아갑니다.
'장애아동 교육 위해 서울대 자퇴 12년 만에 특수교육과 교수 됐다.'
2002년 1월 29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장애아동 교육을 위해 특수교육 관련 과가 없는 서울대를 그만두고 이화여대에 진학했던 박지연 교수가 같은 대학 특수교육과 신임 교수로 선발됐다는 내용이다.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서울대에는 특수교육과가 없다.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2021년 기준 국내에서 특수교육 교사 양성과정을 설치한 대학은 37개교다. 국립대 중에서도 공주대와 부산대, 전남대, 창원대, 한국교통대, 한국체육대, 한국교원대 7곳에만 있고, 나머지 30개 사립대에서도 서울에 있는 대학은 이화여대 한 곳뿐이다.
한국일보의 마이너리티팀은 1,071명의 발달장애인 가족을 설문조사하면서, 특수교사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수없이 접했다. 그런데 교육당국은 특수교사 선발인원을 줄이고 있다. 어떻게 된 걸까.
서울대 사범대는 1997년 ‘특수교육학과 설립(안)’을 마련했으나 좌절된 적이 있다.
서울대는 특수교육 관련 과가 설치되지 않은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의에 "서울대 사범대학의 학부 정원은 2급 정교사 자격증 발급 수와 연관되어 있어,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야 학과 신설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대학 설립이나 정원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있지만, 교육부가 정한 '교사 임용 문'이 좁다는 사실과 연관이 깊다. 즉, 특수교육 전공자를 더 배출해봤자 어차피 교사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교육부가 발표한 2023학년도 공립 유·초등 특수교사 모집 인원은 전년도 894명에 비해 61% 줄어든 349명이다. 중등 특수교사는 전국에서 모두 194명을 뽑는데, 이 역시 전년(588명)보다 394명(67%) 감소한 규모다. 2021년 관련 학과에 입학한 신입생이 1,507명이라는 사실에 비춰 보면 3명 중 1명만 정교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특수교육을 위해 서울대를 그만둔 박 교수는 "특수교육과 졸업생 중 특수교사를 하고 싶어도 교원 임용 수가 모자라서 임용고시에 떨어지는 상황이라 학과를 더 만들어 달라고 하기가 어렵다"라고 했다.
지역별 편차도 뚜렷하다.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인천과 강원, 대구, 울산, 세종, 제주에는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이 없다. 이는 결국 해당 지역의 특수교육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울산의 한 설문 응답자는 "엄마들이 울산대학교에 지속적으로 특수교육학과 설립을 요구하지만 안 되고 있고, 대구대학교 특교과를 나온 선생님이 있다고 하면 그 센터에는 엄마들이 아주 줄을 선다"고 전했다.
특히 인접한 생활권에서도 특수교원 양성 기관을 찾기 힘든 강원과 제주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지난해 평가한 시·도별 장애인 교육 수준 비교에서 '분발' 지역으로 분류됐다.
강원과 제주는 각각 특수학급 설치율과 특수교사 법정 정원 충원율이 전국 최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제주에서 발달장애인 부모모임 '제주아이특별한아이'를 운영하는 박정경(46)씨는 "제주의 경우 특수교사는 무조건 육지에서 모셔와야만 하는 상황"이라면서 "교사가 부족하다 보니 중·고등학교는 많게는 50%가 과밀학급"이라고 전했다.
학령기 인구가 줄어들어 교원 수 감축이 불가피하다지만, 특수교육대상 학생 수는 매년 늘어나는 상황이다. 대상자 수가 많아지는데도 특수교사를 추가 선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정부의 답은 간단하다.
2022년 기준 특수교육대상자 수는 10만3,695명(지적·자폐성 장애인은 6만3,357명)이며, 특수학교(급) 교원 수는 2만4,962명. 특수교육 교사 1인당 학생 4.15명으로 현행 기준에 근접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특수교육대상자는 장애인 등록과는 다르다. 발달장애 포함 시각, 청각, 지적, 학습, 건강장애 등에 해당하는 사람을 교육장 또는 교육감이 진단·평가결과에 기초해 심사를 거쳐 선정한다.
실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특수교육법) 시행령(22조)은 '특수교육 담당 교사는 학생 4명마다 1명으로 한다'라고 명시해뒀다. 그러나 함정이 있다. 장명숙 전국특수교사노조 위원장은 "특수교육 교원 수 안에는 특수학교 보건·담임교사뿐 아니라 특수교육지원센터에 배치된 특수교사도 포함된다"며 "전체 교원 중 대략 30~40%만 아이들을 가르치고, 60~70%는 행정업무를 한다"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교육당국은 시행령의 상위법인 특수교육법(27조)에 학급당 편성 인원이 유치원은 최대 4명, 초·중학교는 6명, 고교는 7명으로 명시된 것은 무시한다. 현재 서울 특수학교 13개교(38%)가 이 기준을 초과했고, 인천의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특수학급도 20.28%가 정원을 초과했다.
이 때문에 도시를 떠나 오히려 군 지역으로 진학하는 사례도 나온다. 10세 자폐성 장애 아들을 키우는 이선지(가명)씨는 대전에서 충북 옥천으로 이사했다. 이씨는 "대도시는 학생 수가 많아 특수교사가 아이의 개별 특성을 파악하는 게 힘들더라"며 "소규모 일반학교를 찾아 농어촌 지역으로까지 왔다"고 말했다. 교육을 위해 옮겨 왔지만 막상 치료 센터가 없어, 이씨는 옥천과 대전을 오가며 치료 센터를 다니고 있다.
그렇다면 특수교사 1명당 4명이라는 기준은 과연 적절한가. 이는 2007년 관련 법이 제정될 당시의 기준으로 현실과 괴리가 있다. 서울지역의 한 특수교사는 "4명의 학생 중 한 학급에서라도 장애학생 한 명이 문제행동을 할 경우 교사가 이를 중재해야 해 다른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배치 기준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룡 중부대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도 "2007년에는 교사 1명당 특수교육 대상 학생 4명까지는 교육이 가능하겠다는 판단에 법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특수교사가 개별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가 다양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수교육 대상이 되는 학생들의 장애 유형이 10개가 넘는 만큼, 이에 맞춘 교육 과정과 방법도 각기 다른 데다 1대 1로 지도해도 어려울 정도의 중증 학생들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어 "일본 도쿄의 경우 특수교사와 학생 비율이 1명당 2명인 점과 비교해봐도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지도하려면 배치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한 특수교육법 전부개정안은 특수교육기관 학급당 기준을 각각 1명씩 감축하고, 특수교사 배치 기준도 학생 3명당 교사 1명으로 강화, 시행령이 아닌 법안에 명시하는 내용을 담았다. 학생 수를 2명으로 줄이고 ‘부득이한 경우’ 최대 3명까지 허용하는 법안(김영호 민주당 의원)도 나와 있다.
우선 지난해 12월 통과된 특수교육법 개정안으로 중도·중복장애 학생이 있으면 학급 설치 기준을 2분의 1 범위 내에서 하향 조정할 수 있는 만큼 이를 통해 현장의 숨통을 틔워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연 교수는 "법 개정 직후라 얼마나, 어떻게 지원할지 윤곽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법 조항을 근거로 중도·중복장애 학생이 포함된 학급의 인원을 줄이거나 교원 및 지원인력을 더 배치하는 방안을 전국적으로 빨리 추진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김기룡 교수는 "특수교사 정원을 정부가 늘려주지 않으면 결국 부족분을 정원 외 기간제 교원을 활용하게 된다"면서 "기간제 교원의 활용은 특수교육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인터랙티브: 클릭하시면 1,071명 설문조사 결과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주소(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disability/)를 복사해서 검색창에 입력해 주세요.
◆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4>인력공급, 양과 질 놓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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