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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치료수업에 15만원? 사교육 시장 내몰린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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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17개 광역지자체별로 발달장애인 인프라를 설문조사했습니다. 복지관, 의료기관 등의 엄청난 대기기간, 막대한 치료비용, 특수학교를 찾아 떠돌아야 하는 비극 등 그 열악함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전국 1,071명의 발달장애인 가족이 응해준 그 결과, 4회에 걸쳐 총 12개 기사와 인터랙티브로 찾아갑니다.
"응용행동분석(ABA) 치료도 그때는 한 타임에 8만 원 정도였는데 최근엔 들어보니 경기도 평균가가 15만 원이래요."
강원 원주에서 자폐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틱장애 증상이 있는 10세 황민재(가명)를 키우는 최예현(가명)씨. 4세 후반 아들이 자폐 진단을 받자 '한시라도 빨리 좋은 재활치료를 받게 해주자'며 큰마음 먹고 서울로 이사했다. 정작 학령기가 되자 서울에선 특수학교 들어가기 어려워 원주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지역과 프로그램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사설 센터 발달재활 치료비는 한 타임(40~60분)에 4만5,000원~5만5,000원대로 형성돼 있다. 물론 훨씬 비싼 곳도 많다. 영유아기에 ABA 집중 치료를 하는 일명 '조기교실'은 1회(3~4시간) 비용만 50만 원이다. 월 8회면 400만 원이다. 복지관 재활치료는 1회에 7,000원~3만 원 안팎으로 더 저렴하지만 이용하려면 '무한대기'가 필수다.
한국일보 설문조사 응답자 중엔 재활치료비로 매달 600만 원을 쏟아부은 가정도 있었다. 최씨도 한때 월 200만 원을 썼다. 공공에서 방치한 사이, 발달재활 분야는 거대한 사교육 시장화되어 치료의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이다.
'질병'과 달리 타고난 특성인 '장애' 자체를 완전히 고친다는 건 불가능할뿐더러 자칫 폭력적일 수 있다. 다만 발달재활 치료는 문제행동을 줄이도록 교육하거나 뇌 발달이 활발한 영유아기에 다양한 자극을 줘 인지·언어·사회성 등을 높이도록 지원한다. 조금이나마 일상을 스스로, 어려움 없이 살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예컨대, ABA는 발달장애 아동이 바람직한 행동을 하면 보상(좋아하는 그림책)을 주고, 문제행동을 하면 벌(계단 오르내리기)을 주는 방식 등으로 교육을 한다. 이외에도 발달재활엔 감각통합(감통)치료, 언어치료, 놀이치료, 작업치료 등이 있다.
감통치료를 예로 들어보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인인 주인공 우영우는 까끌까끌한 라벨의 감촉을 싫어해, 항상 라벨을 떼고 옷을 입는다. 이처럼 발달장애인은 감각이 과도하게 예민하거나, 반대로 둔감해서 복잡한 감각 자극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감각 정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몸을 쓰도록 돕는 게 감통치료다. 부산에서 20대 발달장애 아들과 사는 도우경(52)씨는 "아들 어릴 때는 구강 반사가 심해서 입에 뭐가 들어오는 걸 못 견뎠고, 의사 선생님이 손도 많이 물리셨는데 이젠 다행히 감통치료가 잘돼서 치과에서도 잘 참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막대한 비용이다. 한국일보 설문조사 결과, 장애 관련 비용으로 매달 100만 원 이상을 지출한다는 응답자는 부산(39.2%), 대전(35.3%), 광주(32.9%), 제주(30.8%), 대구(30.3%), 경기(29.6%), 서울(28.3%) 등에서 높았다.
경기도에서 6세 자폐아를 키우는 민현정(가명)씨는 "ABA에 언어, 인지, 특수체육, 미술치료까지 아들이 다니는 센터만 5곳"이라며 "마이너스 통장도 뚫어가며 작년까지 월 600만 원을 썼다"고 했다. 현재는 매달 350만 원이 든다.
민씨는 "조기치료를 하면 그래도 초등학교 일반반에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니, 부모 입장에선 최대한 '주 40시간' 치료에 맞추고 싶을 수밖에 없다. 너무 비싸서 장애인을 돈으로 보나 싶지만, 공급 자체가 적으니 부모는 '을'이 된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응답자는 말했다. "아이 교육과 센터비는 부모 몫입니다. 어릴 땐 월 300만 원이 들었고, 집 팔아서라도 고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겁니다." '상황만 되면 더 보내겠지만, 감당이 안 된다'는 울분 섞인 응답도 많았다. "치료비는 가정 형편 때문에 더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겁니다."(경북) "치료도 계속해야 하는데 너무비싸 이용을 못합니다."(서울)
재활치료비 지원이 없는 건 아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는 '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에 해당하는 만 18세 미만 장애 아동·청소년 가정에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를 지원한다. 월 서비스 금액은 22만 원인데,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액은 14만~22만 원으로 달라진다. 이 바우처를 복지관이나 사설 센터 치료 수업에 쓸 수 있다.
'22만 원'은 사업이 시작된 2009년, 회당 2만7,500원 수업을 월 8회 듣는 것으로 책정된 액수다. 하지만 최근 시세로는 월 3~4회밖에 이용을 못 한다. 집중 치료가 필요한 자폐 영유아에게 '주 20회 치료'가 권고된다는 걸 감안하면 턱없는 액수다.
5세 지적·뇌병변 중복장애 자녀를 둔, 제주에 사는 한정은(가명)씨는 "센터비가 원래 40분 수업에 4만 원이 많았는데, 요즘엔 5만 원으로 오르고 8만5,000원인 곳도 봤다"며 "그것도 아쉬워서 '울며 겨자 먹기'로 내지만, 비장애 아동 어머니랑 얘기해 보면 '어떻게 그 비싼 돈 내고 다니냐'며 집이 잘사는 줄 아신다. 근데 거기 아니면 저희 애는 어디서 수업받고 치료받겠냐"고 한탄했다.
'만 18세'가 지나면 바우처 지원도 아예 끊긴다. 한국일보 설문에도 "(자녀가)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월 20만 원 치료비 지원이 끊겨, 23만 원을 자부담 중인데 점점 감당이 안 된다"(광주) "만 18세 생일이 지나니 바우처가 다 끊겨서 치료를 못 한다. 성인 바우처도 만들어 주시면 좋겠다"(서울)는 요구가 많았다.
바우처 자격에 해당돼도, 예산 부족 탓에 못 받는 경우도 많다.
경북 경산시 하양읍에서 4세 자폐 아동을 키우는 김금화(35)씨는 “읍사무소에 올해 1월 바우처 신청을 했는데 떨어졌다. 신청자가 많아 장애등록한 아이만 우선 지급된다고 했다"며 아쉬워했다. 자녀가 다니는 집 근처 센터 치료비는 대도시보다 조금 저렴한 회당 3만5,000원~4만 원 선이지만, 공적 지원이 전무해 전부 사비로 부담하다 보니 하루에 딱 한 타임만 보내고 있다.
발달바우처는 장애등록을 한 경우 지급되지만, 6세 이전엔 병원 의뢰서만 있어도 신청 가능하다. 김씨처럼 많은 부모가 자녀 장애등록을 미루기도 하는데, 아이가 받을 차별에 대한 걱정과 호전될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이다.
경산시 관계자는 "올해 바우처 예산은 9억여 원으로 425명분인데, 기존 이용자가 389명이라 신청자 216명 중 36명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180명이 떨어진 것이다. 예산의 70%는 국가, 나머지는 경상북도(9%)와 시(21%)가 나눠 부담하는데 내년엔 추가 예산 마련이 가능하냐는 물음에 관계자는 "도와 협의사항"이라고 답했다.
그나마 정부는 내년부터 바우처 대상자를 현 6만9,000명에서 7만9,000명으로 확대하고, 월 지원액도 현행 최대 22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바우처 이외에 발달장애 진단과 치료에 대한 공적 지원은 거의 없다. 6세 전까지 딱 1년 이용가능한 영유아발달지원서비스(월 최대 18만 원 지원), 특수교육대상자(유치원생~고교생) 치료지원(월 12만 원), 영유아 발달장애 정밀검사비 지원(20만~40만 원) 정도다. 병원에서 행해지는 일부 물리·작업치료를 뺀 언어·인지·감통·ABA 등은 건강보험 적용도 안 된다.
대부분 선별 지원하다 보니, '안 어려운 곳 없는' 발달장애 가정에서는 아쉬움과 분노가 크다. "재활비가 너무 비싼데, 바우처도 소득에 따라 나누니 전혀 혜택을 못 받는다"(제주) "치료비로 수천만 원 들었지만, 소득기준으로만 혜택을 주니 장애인 콜택시랑 활동지원서비스 외엔 지원도 없다"(대전)는 목소리다.
누구든 꼭 필요한 치료는 받게끔, 건강보험으로 급여화해달라는 호소도 많았다. "비급여 치료 항목을 급여화해 더 많은 기회를 주면 좋겠습니다. 돈이 부족해 치료 못 받는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광주) “진단과 치료실 이용 시 건보 혜택을 못 받습니다. 더는 부모 힘만으로 감당하지 않았으면 싶습니다.”(충남)
미국은 발달장애 치료에 대해 '메디케이드'(저소득층 건강보험)의 적용 범위를 일부 확대해 '중산층' 자폐성 장애인 가구에까지 혜택을 주고 있다. '자폐성 장애를 위한 미국 메디케이드의 역할 확대와 시사점' 논문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장애인 당사자의 연령과 이용기간 제한 없이, 연간 수천만 원가량인 최대 5만6,000달러의 재활치료·의료·부양가족 휴식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한국은 급여화 논의는 발걸음도 못 뗀 상황이다. 최복천 전주대 재활학과 교수는 “발달재활을 건보로 커버(지원)하는 건 장점이겠지만, 달리 말하면 '재활치료=의료행위'로 보고 병원에서만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경우 치료 접근성 문제나, 수가가 낮을 경우 서비스 제공 기관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랙티브: 클릭하시면 1,071명 설문조사 결과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주소(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disability/)를 복사해서 검색창에 입력해주세요.
◆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3>밑빠진 독에 돈붓기
<4>인력공급, 양과 질 놓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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