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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의 말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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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국민의힘에서 드물게 나온 ‘다른 목소리’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었다. 유 전 의원은 비속어와 대통령실 해명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님 정신 차리시라. 정말 쪽팔린 건 국민들” “막말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이라고 직격했다. 홍 시장도 “정면돌파를 해야지 곤란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 일이 커진다”고 일갈했다. 성향이 다른 두 비주류 중진의 공명은 공교로웠으나 오래가지는 않았다.
□ 유 전 의원은 지난달 29일 “대통령실이나 우리 당이 국민들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코미디 같은 일을 당장 중단하고 깨끗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거듭 사과를 촉구한 반면, 홍 시장은 30일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침묵하는 게 도와주는 거 아니냐”고 선회했다. 이후 연일 홍 시장은 “박근혜 탄핵 전야 같다” “개혁 보수 타령 지겹다, 그만해라” “틈만 나면 연탄가스 정치”라고 유 전 의원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준석 전 대표까지 소환해 “우리를 버리고 떠난 탄핵파들의 조롱”이라고 비난했다.
□ 홍 시장의 노림수는 영남 지지기반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근본적으로는 보수 정당의 방황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드러낸 단면이라 하겠다. 탄핵 직후 극우 정당으로 퇴행했던 국민의힘은 연이어 선거에 패배한 후 변화를 꾀해 지난 대선에서 집권했다. 하지만 그 변화는 포퓰리즘 임시처방에 가까웠고 합리적 보수로의 개혁은 시작한 적도 없는데 “지겹다”는 비아냥과 탄핵 비난이 다시 고개를 든다.
□ 탄핵을 부정하고 '정통 보수'를 주창하는 홍 시장을 유권자가 선택할지 따지기 앞서, 홍 시장은 큰 꿈을 가진 정치인으로서 이런 말바꾸기가 합당한지 설명해야 한다. 윤 대통령에게 사과로 정면돌파하라고 촉구했을 때만 해도, 스스로를 자부심 담아 일컫는 '독고다이'라 할 만했다. 그러다가 유승민 때리기로 표변했으니 이것이 과연 "대통령을 돕는" 길인가. TK 표심을 잡으려는, 자기 자신을 돕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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