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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끝내 핵 버튼을 누른다면...북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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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주요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리포트입니다
2022년 2월 24일에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은 러시아군의 동원령 선포와 추가병력 모집, 도네츠크를 비롯한 4개 지역의 합병 공식화, 푸틴의 핵사용 위협 등으로 또 다른 변곡점을 맞고 있다. 특히 핵사용 위협은 그 실제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전쟁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려만큼은 확실 커지고 있다.
전쟁 초기인 지난 2~3월과 비교하면 핵무기 사용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푸틴의 언급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의 핵교리가 ‘적의 재래식 공격이 러시아의 존립을 위협할 경우’로 적시하고 있지만, 푸틴은 “영토 안전성이 위협받을 경우”를 추가함으로써 그 범위를 확장시켰다. 더욱이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새로 편입되는 4개 지역에도 이 사항이 해당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푸틴의 실제 핵사용은 △‘전쟁 상황에서의 절대적 불리’라는 객관적 판단과 △‘정권의 정치적 생존’에 대한 우려라는 주관적 판단의 복합적 결과물로 나타날 수 있다. 객관적 판단 영역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 리만 등 동남부 전선에서의 승기를 몰아 크림반도나 돈바스 지역으로 진출할 때 가능성이 클 것이다. 주관적인 판단 영역에 있어서는 ‘전황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 지배하고 있는 상태에서 전쟁의 장기화에 대해 국내적 불만이 누적될 경우 그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동원령을 거부하고 탈출행렬에 나선 러시아 국민들의 모습이 대표적인 사례다. 즉, 러시아의 핵사용은 전장 상황을 판단하여 결정될 것이나, 푸틴의 주관적 인식에 의해 영향받을 가능성도 크다. 더욱이 최근 불거지고 있는 푸틴의 건강이상설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판단력과 균형감각이 저하된 상태에서 전황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직면할 경우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푸틴이 핵사용을 결심한다면 단계적으로 그 사용 수준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자국 영토내인 구소련 시험장 노바야 젬랴(Novaya Zemlya)에서의 전술핵 실험과 흑해 혹은 르비우와 키이우 사이의 인적이 드문 들판에 시위성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경고할 수 있다. 이것은 러시아의 핵 교리에서 ‘긴장완화를 위한 긴장고조(escalate to de-escalate)’와 동일한 맥락이다. 즉, 우크라이나군의 추가적인 진격방지와 원상복귀를 강요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는 저위력 핵무기를 사용하는 시나리오이다. 전술핵무기 중에서도 1~5킬로톤 규모의 저위력 핵무기를 사용하여 우크라이나군이 탈환중인 헤르손, 리만 등의 전투 지역과 우크라이나군의 임시 재집결지인 오데사를 포함해 주로 군사지역에 사용하는 것이다. 오데사에 1킬로톤의 핵무기를 사용했을 경우 2,100여명의 사상자가(사망 860명), 5킬로톤의 경우에는 6,500여명(사망 1,970명)의 사상자가 발생될 것으로 시뮬레이션 결과는 나타나고 있다. 이 경우 러시아는 핵규범을 깬다고 생각하기보다 강화된 재래식 전력을 사용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메데베드프가 언급한 '전략핵'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10~50킬로톤급 '전술핵' 무기를 사용하는 시나리오다. 미국과학자연맹(FAS)에 의하면 러시아는 현재 약 5,977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약 2,000여기가 전술핵무기로 추정되고 있다. 핵사용 대상도 서방국의 무기지원 통로인 리비우를 포함해 민간지역으로까지 확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방국의 직접적인 개입은 물론 미국의 핵보복까지 염두에 둘 수밖에 없으므로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이다.
미국은 추가 핵사용의 우려로 불개입을 선언할 수도 있으나, 중국 파키스탄 등 핵을 가진 다른 국가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2022년 공개된 NPR 요약본에서 동맹국과 파트너국의 핵심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극단적인 상황’에서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것으로 명시함으로써 핵보복을 위한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상대가 세계 2위의 군사 강대국이란 점을 고려하면 그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미국은 그 수준과 피해 규모에 비례하여 재래식 혹은 간접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인적이 드문 들판 지역과 우크라이나군의 일부 군사지역에 대한 전술 핵공격인 첫째와 둘째 시나리오일 경우 미국과 나토는 외교적 고립, 경제제재의 심화와 더불어 사이버전 등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경제봉쇄, 사이버심리전, 우크라이나에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과 같은 최첨단 무기의 무한정 지원 등의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 피해지역이 루마니아, 폴란드 등 나토 회원국으로까지 확대될 경우에는 ‘one-for-all, all-for-one’으로 대표되는 나토 조약 5조에 의해 직접적인 군사개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집단적 자위권 차원에서의 나토국 개입이 부담스러울 경우 유엔의 결정하에 다국적군 차원에서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러시아군에 대한 핵보복은 3차 세계대전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다. 한편 중국, 인도, 러시아에 우호적인 극우정당이 집권한 유럽국가 등도 이 상황에서는 중요한 행위자이다. 물론 이 국가들은 러시아가 핵을 사용할 경우 지금까지의 대러 협조관계를 완전히 끊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러시아는 핵무기를 사용하기 전에 이 국가들의 개입을 유도해 평화회담 개최를 강요하는 등 유리하게 전쟁을 끝내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 시진핑의 3연임을 전후로 안정적인 정치·경제 상황을 필요로 하는 중국과 에너지 수급에 곤란을 겪고 있는 인도는 자국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대한 반복되는 위협은 북한에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핵무력 법제화’를 통해 러시아와 유사한 핵사용 조건을 명시하는 등 공세적 핵전략을 표면화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술핵무기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히로시마 원폭 이후 77년 동안 준수되어 왔던 ‘핵사용 자제’라는 암묵적인 핵규범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북한의 인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번 허물어진 둑이 계속 허물어지듯이 북한의 전술핵 사용에 대한 최소한의 핵규범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는 점은 심각한 우려상황이 될 수 있다. 즉, 북한 입장에서 보면 러시아의 핵사용은 한미에 대한 핵위협의 신뢰성과 정당성을 강화시켜 줄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위협은 최근 열흘 사이 7번의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보듯이 더욱 공세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많을 것이고, 제7차 핵실험도 이러한 인식과 연관해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우리는 크게 미국의 확장억제와 한국형 3축체계 등 두 축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확장억제는 유사시 핵우산을 제공함으로써 북핵을 억제하는 것이 핵심이며, 현재는 전략자산 전개 등을 통해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러시아 상황을 고려할 경우 이 측면에서는 미국의 핵공약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겪게 되는 미국의 핵보복 딜레마는 한반도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즉, 한반도에서 유사시 북한이 전술핵무기 위주로 운용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러한 딜레마를 십분 이용하려 할 수 있다. 따라서 핵무기는 폭발력과 관계없이 모두 핵무기일 뿐이라는 차원에서 북한이 전술핵을 사용할 경우 동일한 수준의 핵무기로 응징보복이 취해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공약을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
3축체계는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북핵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한국형 응징보복(KMPR)체계를 의미한다. 성공적인 3축체계의 구축을 위해서는 기존에 수립된 전력증강계획의 안정적인 추진과 더불어 KN-23, KN-24, KN-25 등 북한 미사일 성능의 진일보에 따른 대응에도 신경 써야 하는 등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들이 많다.
확장억제와 한국형 3축체계의 실효성과 시너지 강화를 위해서는 한미 간 협조가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히 북핵 위협에 대한 전략정보 제공 등 미국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또한 한국형 3축체계가 미국의 확장억제와 어떻게 연결되고 상호 간에 보완될 수 있는지도 협조해야 할 사항들이다.
이성훈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랜드연구소에 방문학자로 다녀왔다. 합참과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로 근무하고 합동참모대학장을 거쳐 합동군사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한국 안보외교정책의 이상과 현실>이 있으며 한미동맹, 핵전략, 항공우주전략이 주요 연구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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