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실 보안검색 강화 예산을 경호처 아닌 과기부가···왜?

입력
2022.10.04 14:00
수정
2022.10.05 11: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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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엑스레이 개발 예산 70억 과기부가

용산 대통령실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용산 대통령실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용산 대통령 집무실의 출입자 보안검색 강화를 위한 총예산 100억 원 중 70%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이전 비용을 적게 보이게 하기 위해 일반 부처에 예산 부담을 떠넘긴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받은 예산 설명 자료를 보면, 정부는 2023년도 예산안에 과기정통부 소관 예산으로 대통령실 경호(보안검색) 대응 기술개발 예산 10억 원을 포함시켰다.

이 사업은 대통령 경호처가 출입자 보안검색 업무를 할 때 출입자가 위험물을 소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좀 더 면밀히 확인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엑스레이(X-ray) 적용 시스템을 개발하는 내용이다.

과기정통부는 해당 사업 예산을 내년도 10억 원을 포함해 3년간 총 1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총예산 100억 원 중 예산 분담 비율은 7대 3으로 과기정통부가 70억 원, 경호처가 30억 원을 각각 대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대통령실 경호 업무를 위한 예산에 왜 과기정통부가 더 많은 예산을 쓰느냐는 조 의원 질의에 "해당 사업은 경호·경비·안전 분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의 과기정통부와 경호처 간의 업무협약 체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보안검색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한 예산인 측면이 있어 과기정통부 연구개발(R&D) 예산을 사용할 근거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용현(왼쪽에서 일곱 번째) 대통령경호처장이 지난 7월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9층 회의실에서 열린 'AI 과학경호·경비 플랫폼 구축 사업 추진단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의 AI 과학경호 예산 70%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조승래 의원 지적이다. 대통령실 제공

김용현(왼쪽에서 일곱 번째) 대통령경호처장이 지난 7월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9층 회의실에서 열린 'AI 과학경호·경비 플랫폼 구축 사업 추진단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의 AI 과학경호 예산 70%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조승래 의원 지적이다. 대통령실 제공


"용산 이전 비용 은폐 아니냐" 지적

조 의원은 그럼에도 과기정통부의 해당 예산이 △시급한 대처가 필요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문제해결 R&D 예산'에 포함됐다는 점 △출입 인원이 극히 제한적인 대통령실을 위해 개발한 AI 엑스레이는 공항이나 항만, 사기업 등에서는 활용하기에 적절치 않을 것이라는 점 △부처 간 협업 사업 시 예산 분담 비율이 보통 1대 1인 점 등에 비춰 석연찮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용산 대통령실 경호를 위한 엑스레이 도입을 과기정통부 사회문제해결 R&D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대통령실 용산 이전 비용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지 의심되기 때문에 사업 전면 재검토와 추진 경위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경호처는 이에 대해 "해당 사업은 경호처에서 2019년 연구에 착수해 2021년 '인공지능을 통한 위험물 검출 시스템 및 방법'으로 등록한 특허의 후속 기술개발 사업"이라며 "지난 4월 과기정통부 주도의 국가 R&D 과제로 신청해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선정됐으며 대통령실 용산 이전 비용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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