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갈라놓은 손 이제 잡아요"... 3개월 만 '접촉 면회' 재개

코로나 재유행으로 중단된 접촉 면회 시작
요양원 찾은 가족들 설레는 표정으로 상봉
지자체 공문 혼선 탓에 면회 진행 못하기도

4일 서울 마포구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에서 입소자의 손을 가족이 꼭 잡고 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됐다고 판단해 이날부터 요양병원·시설, 정신병원·시설, 장애인시설 등 감염 취약시설의 대면 접촉 면회를 허용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렇게 직접 보는 게 얼마 만이에요. 여보, 내 이름 안 불러줘요?”

4일 오후 2시 20분 서울 마포구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에 마련된 접촉 면회실. 가벼운 치매를 앓고 있는 정회만(82)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아내 이만자(79)씨가 벌떡 일어나 비닐장갑을 낀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다. 아들과 함께 면회 온 이씨는 금세 남편 옆에 앉아 잠자리는 편한지, 휠체어 타고 운동은 하는지, 먹고 싶은 건 없는지 등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정씨도 오랜만에 곁에서 듣는 아내와 아들의 목소리가 정겨운지, 노환으로 나빠진 두 눈을 감은 채 “반가워”라는 말을 반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으로 7월 25일부터 금지됐던 ‘접촉 면회’가 70여 일 만에 재개됐다. 면회 허용 첫날인 이날, 요양원을 찾은 방문객들 얼굴엔 투명 가림막 없이 가족과 마주 앉아 안부를 나눌 수 있다는 설렘이 가득 묻어났다.

이씨 가족만 해도 면회 시간보다 40분이나 일찍 도착해 명부 작성 및 자가검사키트를 끝낸 뒤 남편과 아버지를 기다렸다. 아들 정모(62)씨는 아버지에게 “건강히 쉬다가 날 좋아지면 산책 나가자”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방문객들도 15분 남짓한 짧은 면회 시간을 아쉬워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모습이었다.

접촉 면회가 허용되면서 방문객들의 사전 예약도 앞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최미경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사무국장은 “하루 면회 가능한 가족이 10~12팀으로 제한돼 있는데 10일까지 일주일치 사전 예약이 꽉 찬 상태”라고 말했다.

전날까지 필수 외래진료를 받을 때만 허락됐던 외출ㆍ외박도 좀 더 자유로워진다.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을 마쳤거나 2차 이상 접종 뒤 확진 이력이 있는 입원ㆍ입소자라면 제한 없이 외출ㆍ외박이 가능하다. 단, 외출ㆍ외박 후 복귀시에는 혹시 모를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날 센터에서 뇌졸중으로 요양 중인 87세 노모를 모시고 인근 정형외과 진료를 받은 김경식(64)씨는 “다음 주 면회 때는 외출 허락을 받아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해산물을 사들고 인근 공원이라도 가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접촉 면회 첫날 전국 곳곳의 요양병원에서 반가운 만남이 이어졌으나 혼선도 적지 않았다. 접촉 면회는 보건복지부가 재개 지침이 담긴 공문을 광역자치단체에 내려 보내면 광역단체가 지방자치단체로 전달하고, 지자체가 다시 시설로 보내는, 하달식 구조로 이뤄진다. 하지만 일부 요양병원은 이날 늦게 지자체 공문을 수령했다는 이유로 접촉 면회를 시행하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아직 공문을 받지 못해 면회 신청이 들어오면 기존처럼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 다른 요양병원 관계자도 “이번 주부터 신청은 받고 있지만 준비가 필요해 접촉 면회는 내주부터 가능하다”고 답했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