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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경험자 7명이 만났다... 치유 에너지가 넘쳤다

입력
2022.10.04 22:00
27면
ⓒ홍헌표

ⓒ홍헌표

얼마 전 모임을 하나 만들었다. 나(대장암 3기, 14년 차)를 포함한 7명 모두 암 경험자다. 생존 확률 10%의 만성골수성백혈병 말기를 극복하고 자전 소설 '웰컴 투 항암월드'를 쓴 홍유진 작가를 통해 만났는데, 3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가 골고루 나뉘어져 있다.

각자 겪은 암이 폐암, 위암, 유방암, 대장암, 혈액암, 비인두암 6종류나 되고, 암 진단 후 살아온 기간도 1년 6개월부터 14년까지 다양하다. 폐암 경험자인 극단 김동수컴퍼니의 김동수 대표는 연극배우, 감독, 극단 대표로 연극계를 이끈 원로다.

많은 암 경험자들이 "암 덕분에 행복한 삶을 갖게 됐다"며 암에 고맙다고 말하는데, 김 대표에게 암은 또 다른 의미에서 고마운 존재다. 2018년 폐암(초기) 진단 후 보상받은 암 보험금으로 연극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김동수 각색, 연출, 출연)를 제작했다. 40여 년간 연극 무대를 지키는 데 암이 훼방꾼이 아니라 후원자였던 셈이다.

김 대표의 동생인 김정수 방송인은 위암(위장기질종양, 4기) 4년 차다. 지금도 몸속에 암이 있고 항암제를 매일 먹고 있지만, 그의 에너지 넘치는 일상을 보면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투병 환자의 일상이 아니다.

유방암 1년 6개월 차 강진경 작가. 암 진단을 받자마자 자신의 암 경험을 기록하기로 마음먹고 쓴 글을 모아 에세이 '유방암,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얼마 전 출간했다. 강 작가는 암 덕분에 건강의 소중함,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녀는 독서모임과 글쓰기를 통해 다른 환우와 경험을 나누는 요즘 생활이 행복하다고 했다.

김정현씨는 비인두암 5년 차다. 비인두암은 인두(입과 식도 사이의 소화기관 전체)의 상단 부분, 즉 뇌 기저에서 입천장까지 이어지는 통로에 생기는 흔치 않은 암이다. 김씨는 방사선 치료(33회), 항암치료(2회)를 받으면서도 온라인 쇼핑몰 관련 일을 놓지 않았다.

암 환자의 부정적 이미지가 싫어 운동을 악착같이 했다는 김씨는 지난 3월 완치(5년간 완전관해 유지) 판정을 받았다. 김씨의 꿈은 '암에 걸리는 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연극배우이자 공연기획자인 이하나씨는 유방암 3년 6개월 차다. 2019년 3월 암 진단 후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1년간 받으며 후유증을 겪으면서도 연극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앞으로 1년 6개월간 재발이 안 돼야 완치 판정을 받기에 불안이 없을 수 없지만, 춤과 노래로 힐링 메시지를 전하는 나우퍼포먼스그룹 활동을 하는 등 암 이전보다 더 에너지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미국 통합종양학 전문가 켈리 터너는 말기암 등을 기적적으로 치유한 1,500명 이상의 암 경험자에게서 10가지 공통점을 찾았다. ▷운동 ▷식단의 근본적 변화 ▷허브와 보조제 사용 ▷자신의 건강을 주도적으로 다스리기 ▷자신의 직관을 따르기 ▷억눌린 감정 풀어주기 ▷긍정적 감정 키우기 ▷사회적 지지를 받아들이기 ▷영적 연결을 강화하기 ▷살아야 할 강력한 이유 찾기다.

우리 7명도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암을 계기로 삶을 긍정 에너지로 채워가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다른 환우를 위해 쓰고 싶다는 꿈도 함께 꾸고 있다. 그들과 함께 나누는 일상이 기대된다.


홍헌표 캔서앤서(CancerAnswer)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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