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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어도 튀는 게 낫다... 국감 소품이 자극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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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에 산낙지, 구렁이도 모자라 '괴물 쥐' 뉴트리아까지, 국정감사장엔 기상천외한 소품들이 꾸준히 등장해 왔다. 언제부턴가 국감을 통해 존재감을 높이려는 의원들이 자신의 질의 시간에 다양한 소품을 동원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공식이 유지돼 왔기 때문이다.
의원들 입장에서 의원실 보도자료가 하루 수백 건씩 쏟아지는 국감 기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비책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기발한 소품들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첫 국감이 4일 시작됐다. 이번 국감이 의원들에게는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기상천외한 질의 소품들이 앞다퉈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욕을 먹어도 튀는 게 낫다'는 자세로 국회의원들이 과거 국감장에 동원한 각종 소품들을 사진으로 정리해 봤다.
2019년 10월 18일 이용주 무소속 의원은 산자위 국감 현장에 성인용품 ‘리얼돌’을 들고나왔다. 산업적 측면에서 리얼돌을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을 위해 동원한 소품이었는데, 당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그보다 앞선 2015년 10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의 보건복지부 국감에서는 김제식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보좌관에게 '코뽕' '얼굴밴드' 등 다양한 '셀프성형' 기구를 직접 착용하게 했다. 그 자체로 주목은 끌었으나, 혐오감을 조성한다는 비판과 함께 보좌관 학대 논란까지 일었다.
산 동물이 국감장에 등장하기도 했다. 2018년 10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김진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전동물원 푸마 사살 사건과 관련한 질의를 하면서 푸마 대신 푸마를 닮은 벵갈고양이를 동원했다. 철창에 갇힌 새끼고양이가 장시간 낯선 사람들 앞에 노출되면서 동물 학대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2014년 10월 환경노동위 국감에선 김용남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준비한 '괴물 쥐' 뉴트리아가 10시간을 대기한 끝에 국감이 파행하면서 돌아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같은 해 서울시에 대한 행안위 국감에선 이윤석 당시 민주당 의원이 낙지 머리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서울시 발표로 직격탄을 맞은 전남 신안군과 무안군 어민들을 대신해 산낙지를 들고나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질의를 했는데, 이 산낙지를 이어진 오찬 도중 함께 나누어 먹은 일화도 있다.
2010년 10월 차명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길이 1m가 넘는 거대 능구렁이를 가져왔는데 혐오감을 조성한다는 비판도 일었지만, 마리당 1,000만 원을 호가하는 능구렁이 가격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별한 의상을 직접 입고 질의에 나선 의원들에게 시선이 집중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14일 문화체육관광위의 국감에서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화제작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의상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2018년엔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태권도복을, 같은 당 김수민 의원은 한복을 입고 문체위 국감에 나와 질의를 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2020년 10월 15일 산자위의 한국전력공사 등에 대한 국감에 배선 노동자 작업복을 입고 나와 질의를 해 주목을 받았다.
2017년 고 노회찬 당시 정의당 의원은 소품으로 신문지 2.5장을 들고나왔다. 법사위의 감사원에 대한 국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열악한 구치소 생활을 하며 인권탄압을 받고 있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질의에 나선 노 의원은 국감장 바닥에 신문지 두 장 반을 깔고 드러누워 서울구치소의 일반 수용자 1인당 가용 면적(1인당 1.06㎡, 약 0.3평)을 온몸으로 설명했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0월 7일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국토교통위의 LH 등에 대한 국감에서 강아지 인형을 앞세우고 대장동 의혹에 대해 질의했다. 송 의원은 강아지 인형에 양 가면을 씌워 이재명 당시 여당 대선 예비후보를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빗대 비판했고, 국감은 파행했다.
그 밖에도 배추나 무 같은 채소나 쌀, 시위 현장에 등장한 기다란 죽봉, 심지어 소총과 지뢰 같은 무기까지 국감장에 등장하기도 했다.
의원 보좌진들의 전언에 따르면, 먼저 소품 아이디어회의를 통해 질의 소품이 결정되면 피감 기관에 요구하거나 직접 구매한다. 가끔은 상식 밖의 자극적인 소품을 등장시키는 바람에 언론이나 국민으로부터 욕을 먹는 경우도 있지만, 의원실 입장에선 욕을 먹더라도 언론에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것 자체가 성과이므로 욕먹을 각오를 하고 더 자극적인 소품을 준비한다고 한다.
현역 의원 보좌관 김모씨는 “지난해 국감은 대선을 앞두고 있어 모든 관심이 대선후보와 연결되면서 국감장에서도 상대 당 후보를 비방하는 피켓이 소품으로 많이 활용됐지만,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올해와 내년 국감은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총선에서 생존하려는 의원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기발한 소품들을 들고나올 것”이라며, “주로 초선 의원과 그동안 의정활동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의원들 사이에서 소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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