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료 10월부터 월 7670원 인상… 올해 약 1만7000원 올라

입력
2022.09.30 19:00
수정
2022.09.30 19: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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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용량 전기 사용자엔 전압별 차등 요금 적용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부터 전기·가스요금이 각각 킬로와트시(㎾h)당 7.4원, 메가줄(MJ)당 2.7원 올라 서울 가구 기준 매달 7,670원씩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전기를 많이 쓰는 대기업들의 전기료를 추가로 올리는 방안도 시행된다.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정부가 내년에도 전기·가스요금을 더 올릴 것이라고 예고함에 따라 서민과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전력은 30일 "(10월 1일부터) 모든 소비자의 전기요금을 ㎾h당 2.5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결정된 기준연료비 인상분 4.9원까지 더하면 4분기에 ㎾h당 7.4원이 오르는 것이다. 월 평균 전력사용량(307㎾h)을 사용하는 서울의 4인 가구 기준, 월 평균 전기요금 부담은 약 2,270원(부가가치세, 전력산업기반기금 제외) 증가할 전망이다.

한전은 또, 2.5원에 더해 산업용(을)과 일반용(을) 등 대용량 사업자의 전기료를 추가로 인상하되 공급 전압에 따라 차등 조정하기로 했다. 산업용(을)은 광업·제조업·기타사업에 전력을 사용하는 계약 전력 300㎾ 이상의 사업자에게, 일반용(을)은 타 종별을 제외한 계약 전력 300㎾ 이상의 사업자에게 적용된다. 고압A는 4.5원, 고압B나 고압C는 9.2원을 추가 인상해 각각 ㎾h당 7원과 11.7원이 적용된다.

내년 1월부터는 영세 농어민 보호를 위한 농사용 전력 취지에 맞게 대기업을 제외할 계획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기업집단이 적용 대상이다.

정부는 전기료 인상에 따라 부담이 늘어나는 취약계층을 위해 올해 7월부터 적용 중인 '복지할인 한도 40% 확대'를 올 연말까지 연장해 취약계층의 요금 부담 318억 원을 줄일 계획이다. 상시 복지할인 한도 40% 확대는 장애인 유공자 기초수급 차상위계층 대가족 3자녀 출산 가구 등 약 336만 가구에 적용되는 8,000~1만6,000원의 상시 복지할인에 월 최대 6,000원을 추가 할인한다는 의미다. 최대 207㎾h 사용량까지 전기요금이 전액 지원된다.


LNG가격 상승 지속되면 내년 인상폭 더 커질 듯

2022년 전기·가스 요금 인상 추이

2022년 전기·가스 요금 인상 추이

가스요금도 급등한 에너지 가격을 반영해 추가 인상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부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을 MJ당 2.7원(서울시 소매요금 기준) 인상한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 12월 결정된 정산단가 인상분(MJ당 0.4원)에 기준연료비를 2.3원 추가로 올렸다.

이에 따라 주택용 요금은 현행 MJ당 16.99원에서 2.7원 인상된 19.69원으로, 일반용(영업용1) 요금은 16.60원에서 2.72원 오른 19.32원으로 조정된다. 인상률은 주택용 15.9%, 일반용(영업용1) 16.4% 또는 17.4%(영업용2)다. 영업용1은 음식점업, 구내식당, 이·미용업, 숙박업, 수영장 등이고, 영업용2는 목욕탕, 폐기물처리장, 쓰레기소각장 등으로 구분된다.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서울시 가구 기준·2,000MJ)이 월 3만3,980원에서 3만9,380원으로 5,400원 오른다.

이로써 올해 전기료는 총 ㎾h당 19.3원, 가스료는 MJ당 5.47원 올라 서울 가구 기준 월 평균 부담이 약 1만6,865원 늘어났다.

정부는 물가 상승 압박을 이유로 전기·가스료 인상에 고심을 거듭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되자 결국 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특히 한전과 한국가스공사의 재무 상태 악화가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은 올 상반기 14조3,0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가스공사도 같은 기간 적자에 해당하는 미수금이 5조 원을 웃돌았다. 한전 관계자는 "연료비 폭등 탓에 발전사들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값이 전기료에 제때 반영되지 않아 전기를 팔수록 적자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요금 인상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난방 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동절기가 성큼 다가온 데다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진정되지 않으면 내년에도 요금 인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비상경제장관회의 후 발표한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 대책'에서 누적된 요금 인상 요인을 점진적으로 반영해 에너지 요금의 가격 기능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겠다고 언급했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적자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고 책정한 ㎾h당 50원 인상안의 7분의 1 수준만 요금이 올라간 만큼, 이번 겨울 LNG 가격이 지속 상승하면 추후 요금 인상폭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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