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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의 발전과 계통사업이 분리돼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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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임직원 중 재생에너지가 잘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할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가 필요함을 인정하면서 계통안정성과 주민수용성의 문제를 호소한다. 참고로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로 화석연료 가격은 두세 배씩 뛰었고 재생에너지가 비싸다는 주장은 이제 한물간 이야기가 되었다.
여전히 재생에너지가 한전에는 기존 사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직접적 위협 요소다. 한전은 우리나라 석탄과 원자력 발전소의 거의 대부분을 보유하나, 재생에너지 전체 발전소 중 단 12.5%(2020년 기준)만을 보유한다. 우리나라 전기소비량이 일정한 이상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하고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이 민간기업들로부터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하면 그만큼 한전의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량은 줄어들고, 한전 사업의 존속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한전 소유 화석연료 발전소와 민간 중심 재생에너지 발전소 사이의 경쟁도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제주의 전기소비량에는 큰 변함이 없는데, 지난 몇 년 새 가스발전 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계통에 전기가 넘치니 풍력발전소를 꺼 달라'는 조치가 자주 이루어지고 있다. 차라리 가스발전을 줄이고 풍력발전소를 안 끄면 안 될까? 적어도 전력전문가들은 배터리와 수요 반응 같은 기술로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가격 합리적이며 가능하다고도 한다.
문제는 전력계통에서의 보상과 이에 대한 접근을 결정하는 전력거래소의 의사 결정과정에 한전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거래소가 한전 발전소 이용률을 낮추는 판단을 하긴 정말 쉽지 않다. 제주가 탄소중립으로 더 빠르게 나아갈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하는 이유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자기 살을 베어내야 하는 기관이 그 확대에 협조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경쟁사들만 도와주는 송전선을 짓고 싶을 리 없다. 임직원 개개인에게 좋은 의도가 있어도 조직적으로 소화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에서 한전의 발전사업과 계통사업은 재무적으로 분리돼야 한다. 한전이 전력 시스템을 자기 석탄발전소를 보호하기 위해서 운영할 경우를 줄여야 한다. 이는 계통관리 공기업을 세워 그 회사에 계통 사업부문을 양도하는 방법으로도 달성될 수 있다. 이는 한전의 민영화와 아무 관련이 없다. 정부는 한전이 제공하는 전력계통 정보에는 한전의 재무적 이해관계가 반영되었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 정보가 다른 사업자들에게도 공정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력시장에서 한전과 그 계열회사들이 그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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