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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견 가정 됐더니 '산책 지옥'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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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나온 가수 크러쉬 편을 봤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유기견 '로즈'를 입양하면서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는 내용이었다. 밥도 각자의 켄넬(이동형 개집)에서 따로 주고, 산책도 각각 시켰다. 밥을 줄 때 싸울 수 있으니 각자 편한 자리에서 먹도록 하고, 둘을 함께 산책시키면 통제가 어려워 한 마리씩 집중한다고 했다. 크러쉬는 "반려견 입양 후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하루에 네 번 산책을 나간다. 산책 지옥에 빠졌다"고 전했다.
방송을 보고 난 뒤 남 얘기 같지 않았다. 주변에서 크러쉬의 반려동물 이야기를 전해준 건 한 달 전 동물보호단체 개 한 마리를 임시보호하면서 현재 두 마리를 키우고 있어서다. 임보(임시보호)견 '가람이'(12세 추정)와의 인연은 8년 전에 시작됐다.
2014년 9월 추석 연휴 기간 부산 북구에서 떠돌아다니던 갈색털의 개를 발견하고 구청에 신고했다. 현장에 온 직원이 개를 포획하기 어렵다고 해 1시간에 걸쳐 쫓아다니며 어렵게 케이지에 넣어 줬다. 구조 장소인 가람중학교 이름을 따 개를 가람이라고 불렀다.
보호자와 입양자를 찾는 열흘의 공고기간 동안 가람이를 찾는 이는 없었다. 부산 소재 가락보호소에서 가람이를 포함, 가람이 공고 옆에 있던 강아지까지 얼떨결에 데리고 나왔다. 둘 다 안락사를 당할 위기였다. 흰색 털의 강아지는 파보장염 등에 걸려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라 동물병원에, 가람이는 다행히 맡아 준다는 민간 동물단체 보호소로 보냈다. 한 달에 걸쳐 생사위기를 넘긴 강아지가 지금 함께 살고 있는 '가락이'다.
그동안 가람이 입양홍보도 하고 때 되면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가족을 만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8년이 지나는 사이 가람이는 이빨이 빠지고 목 디스크 질환이 생겼다. 올해 추석 연휴를 활용하지 못하면 또 해를 넘길 것 같아 '집밥이라도 먹이자'는 생각에 가람이를 데려오기로 결정했다.
제일 큰 걱정은 가락이와 가람이가 잘 지낼 수 있을지였다. 일단 만나 보게 하기 전까진 반응을 알 수가 없어 보호단체와 상의 후 입양이 아닌 입양전제 임시보호를 하기로 했다. 개를 19년 동안 키웠지만 두 마리를 키우는 건 완전 다른 문제였다. 가람이는 가정에서 처음 지내서인지 사람이 집을 비우면 쥐어짜는 소리로 하울링(개들이 늑대처럼 목을 쳐들고 울부짖는 것)을 하는 등 분리불안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가람이는 또 가락이가 가까이 다가오면 낮게 으르렁거리며 경계하거나 짖으며 위협했다.
주변에 자문을 구하자 밥, 간식, 산책 등 '자원'을 풍부하게 해주고 적응할 시간을 주라는 답이 돌아왔다. 또 기다리면 사람이 돌아온다, 자기 순번이 온다는 걸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에는 새벽부터 한 마리당 두 번씩 하루에 네 번 산책을 나갔다. 걷는 속도도 다르고 각각에게 독립된 시간을 주는 게 좋다고 해서다. 지금은 하루 두 번 나가는 것으로 타협을 봤지만 나갈 때마다 간식을 숨기는 장난감인 '노즈워크'를 대령해야 하는 등 여전히 어렵다. 둘은 지금도 서로 적응 중이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고 하지만 생명을 책임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다시 느꼈다. 물론 펫숍이나 온라인에서 사는 것보다 유기견 입양이나 임보를 권한다. 하지만 준비 없이 데려와서는 안 된다. 삶의 패턴까지 바꿀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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