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은 점점 강도를 더해가는데
與는 '내분정당', 野는 '방탄정당'화
국정동력도 상실...정치교체 절실
태풍의 강도가 더 거세졌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최근 코로나 팬데믹 대응에 이르기까지 비정상적으로 풀렸던 유동성의 역류다. 미국 연준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무려 3%포인트 인상했다. 속도가 역대급이고, 11월과 12월의 추가 인상 이후 연말에는 4.5%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초강세가 된 달러는 타 화폐의 환율을 치솟게 했다. 달러는 본토로 계속 소환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종전 입장과 달리 금리 인상의 보폭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우리의 더 높아질 금리는 1,87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비롯해 여러 부문에서 큰 고통을 줄 것이다. 또 원·달러 환율은 어디까지 갈 것이고, 무역 적자는 얼마나 쌓여갈 것이고, 외환보유액 앞자리 숫자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현 국면에서 위기관리는 최우선의 과제다.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와 공급망 재편, 중국과 일본의 금융 완화 지속에 따른 외환시장의 변동성, 연장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북한의 7차 핵실험 조짐 등 위험요인은 중첩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국정은 동력을 크게 잃은 모습이다.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은 외부 요인 탓이 아니다. 인사에 대한 비판이 커졌을 때,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에게 '전 정권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언성을 높였다. 대통령의 우격다짐을 보게 된 국민들의 걱정은 커지기 시작했다.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문자도 대통령이 당시 여당 원내대표에게 보낸 것이었다. 순방 외교 과정에선 대통령의 '비속어 파동'이 터졌다. 15시간이 지난 후에 홍보수석은 '이XX'는 한국의 야당이라고 지목했다. 유감 표명조차 없으니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깔끔하게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본말을 바꾸며 일을 덧나게 할수록, 대통령 자신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국정 동력을 더 갉아먹을 뿐이다. 복합 위기의 시대에 정말 위태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제위기 대응의 집중성과 여야 협력이 매우 긴요한데,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대통령은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한국 정치는 이미 길을 잃었다. 매일같이 요란하게 여야 정당들이 치고받지만, 회복불능의 상태로 망가지고 있을 뿐이다. 젊은 당대표를 쫓아내려고 작정한 여당은 법원에 운명을 내맡긴 '내분 정당'이 되었고, 민주당은 의원총회가 당대표의 검찰 불출석에 동원될 정도로 '방탄 정당'이 되었다. 윤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정책 혼선을 보였고, 무엇을 해내려고 하고 또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쌓여가고 있다. 전방위적 검찰 수사와 대통령의 막말을 빌미로 야당은 더욱 비토 정치의 길을 굳히고 있다. 격렬한 적대 정치와 포퓰리즘이 판을 친다. 이재명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구조개혁과 재정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이 '기본사회론'을 다시 흔들었다. 또 민주당은 이름만 연금이지 국민세금으로 충당하는 기초연금을 해당 연령 100%에게 주는 법안을 밀어붙이겠다고 했다. 국민연금에 가입할 동기를 갉아먹고 세대간 불공정을 키우는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자신이 집권했을 땐 왜 안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정도 기성 정당도 스스로 바뀔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각자도생은 길이 아니다. 수명 다한 낡은 정치가 막장에 다다를수록 미래 정치로의 반전이 절실해진다. 우선 기득권에서 자유롭고 미래를 지향하는 젊은 세대들이 정치교체를 위한 채비를 시작하고, 같이 생각을 나누고 같이 북돋아줄 수 있는 공간들이 곳곳에서 열리길 기대한다. 작은 출발도 소중한 때다. 정치혁신은 결국 시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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