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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타고 등산... 해발 1,000m '억새평원'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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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은 삼한시대 변한의 땅이다. 가락국에 속했던 ‘미리미동국’이라는 작은 부족국가를 시작으로 한 오랜 역사와 문화, 천혜의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대중교통 여행이 가능한 곳을 위주로 밀양의 명소를 소개한다.
열차를 이용해 밀양역에 내리면 시내 관광지는 시내버스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외곽지역 관광지로 가려면 밀양버스터미널에서 농어촌버스나 시외버스를 타야 한다.
밀양에서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영남알프스다. 산내면에 위치한 얼음골케이블카를 타면 쉽게 오를 수 있다. 밀양버스터미널에서 3회 운행하는 농어촌버스(1,500원)나 6회 다니는 시외버스(4,900원)로 1시간 여 이동한 후 얼음골정류소에서 10여 분을 걸으면 케이블카 승강장에 닿는다.
영남알프스는 경남 밀양시·양산시, 경북 청도군·경주시, 울산 울주군에 걸친 해발 1,000m가 넘는 9개 봉우리와 능선을 일컫는다. 산세와 풍경이 유럽의 알프스에 견줄 만큼 아름답다고 해서 불려온 명칭이다.
케이블카를 타자 거의 수직으로 오른다. 초속 4m,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약 1.8㎞ 거리를 새처럼 날아 해발 1,020m 고지에 닿는다. 수려한 경치가 눈앞에 펼쳐진다. 착한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백운산 중턱의 백호바위도 보인다. 영남알프스의 진짜 묘미는 등산에 있다.
체력을 고려해 4개 코스 중 고르면 된다. 케이블카 상부승강장에서 하늘정원(녹산대)까지 왕복하는 500m 코스는 짧고 편해 누구나 즐길 만하다. 산행을 즐기는 이들은 보통 케이블카 상부승강장에서 천황산까지 가는 코스(왕복 5.1㎞, 2시간~2시간 30분) 또는 천황산을 거쳐 재약산까지 가는 코스(왕복 8.7㎞, 3시간 30분~4시간)를 선택한다. 사자평억새밭을 거쳐 표충사로 하산하는 코스(9.5㎞, 5~6시간)는 가을에 특히 인기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하늘정원을 가볍게 산책한 후, 천황산(1,189m)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인다. 눈길 닿는 곳이 황홀경이다. 재약산(1,108m)은 드넓은 사자평억새밭 조망이 압권이다. 재약산에서 내려가는 길은 계단도 많고 경사도 심하지만 햇살에 반짝이는 하얀 억새 물결에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표충사로 가는 돌길도 만만치 않지만, 층층폭포, 구룡폭포, 흑룡폭포 3개 폭포의 비경과 우렁찬 물소리에 눈과 귀가 호강이다. 표충사를 둘러본 후에는 농어촌버스(4회)나 시외버스(6회)를 타고 밀양터미널로 돌아온다. 케이블카 요금은 어른 왕복 1만5,000원(편도 없음)이다.
밀양 시내여행은 삼한시대부터 이어온 역사와 밀양아리랑으로 대표되는 문화예술 여행으로 대표된다. 시작은 문화예술플랫폼 ‘미리미동국’이다. 1960년대 사하라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뒤 제방을 쌓아 만든 서민의 주거지가 2019년 도시재생사업으로 최근 활력을 찾고 있다. 12명의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한 도예, 섬유, 생활미술, 공방 등이 들어서 있다.
3·13 밀양만세운동은 밀양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역사다. 해천항일운동테마거리에 관련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약산 김원봉의 생가터에 자리한 밀양의열기념관에서 항일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지역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복원된 밀양부 관아를 지나 영남루로 간다.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꼽히는 영남루에는 퇴계 이황, 목은 이색, 삼우당 문익점 등 당대 문인들의 시문 현판이 즐비하다. 누대 바로 아래로는 밀양갈이 유유히 흐른다.
밀양 문화의 진면목은 밀양아리랑이다.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과 함께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지난 22~25일 영남루 및 밀양강변에서 제64회 밀양아리랑대축제가 열렸다. 60만 명 흥겨운 축제를 즐겼다. 하이라이트는 창작 뮤지컬 쇼 ‘밀양강오딧세이, 천년의 노래’였다. 주인공인 밀양 청년 ‘미리’가 사명당, 김종직, 아랑의 시대로 이동해 밀양의 역사와 문화를 짚는다. 시민 배우들도 출연해 의미가 깊은 공연이었다. 정선·진도아리랑이 상설 공연 시스템을 갖춘 데 비해 밀양아리랑 공연은 축제 때만 열린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밀양에서 하룻밤을 ‘암새들171’ 펜션에서 묵었다. 시내권이지만 하중도에 위치해 외딴섬처럼 한적하다. 밤에는 ‘불멍’으로 평온하게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다는 점도 이 펜션의 매력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숲길을 따라 금시당이나 천경사까지 걷거나 섬을 한 바퀴를 산책하는 것도 좋다. 금시당은 조선 명종 때 좌승지를 지낸 이광진의 별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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