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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과 예산군의 '특별한 레시피'… 썰렁한 전통시장 확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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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찾은 충남 예산읍 예산상설시장은 썰렁했다. 시장 남쪽으론 차량 수백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까지 마련돼 있었지만, 차를 대는 사람들은 인근 국밥거리에서 끼니를 때우기 위한 식당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시장 옆 도로와 접한 점포들에 이따금 손님들이 드나들 뿐, 골목 안쪽에선 인기척을 느끼기 힘들었다. 화장실은 남녀공용이었고, 적지 않은 점포는 셔터를 내려놓고 있었다. 셔터에 수북이 쌓인 먼지는 한낮인데도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장상인회에 따르면 점포 100여개 중 폐업한 점포는 35개에 달한다. 영업 중인 점포도 간헐적으로 문을 여는 곳이 많다. 이상식 상인회 사무국장은 “과거에 홍성 보령 천안 사람들까지 찾던 시장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풍경”이라며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소멸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2월 말 기준 전국의 전통시장과 상점가는 1,800여 개에 이르지만, 상권이 활성화됐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지자체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백약이 무효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의 쇠퇴는 예산군과 요리연구가 백종원씨가 ‘작은 실험’에 착수한 배경이 됐다. 구도심 상생 프로젝트의 일종으로, 사람들이 시장에 모일 수 있도록 외식산업의 거점을 만드는 작업이다. 부수고 새로 지어 올리는 기존의 구도심 활성화 방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예산군 관계자는 “기존 틀은 유지하되, 거기에 핵심 콘텐츠를 넣어 우선 불을 붙이고, 그 불이 주변으로 옮겨붙도록 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예산시장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예산군 판단이다. 예산시장은 80년 전부터 섰고, 40여 년 전 지금의 점포들이 들어섰다. 한때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선 걷기 힘든 시장통이었다.
실험은 예산이 고향인 백종원씨가 먼저 시작했다. 2020년 시장 중간에 자리 잡은 폐점포를 인수해 현대적 감각의 골목양조장과 막걸릿집을 만들어 시장통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주말이면 외지인들이 몰려 시장통이 북적였다.
하지만 파급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양조장 관계자는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여기서 먹고 난 뒤 2차를 갈 장소가 주변에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인공호수인 예당호에 설치된 출렁다리와 수덕사, 의좋은 형제 마을 등 지역 관광지를 찾은 이들이 소문을 듣고 이곳에 들렀지만, 사람들을 계속 시장에 머물게 할 먹거리와 볼거리가 많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시장 주변은 저녁 8시면 모두 어두워졌다.
예산군과 상인회가 빈 점포주에게 연락해 상가를 매입한 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체류할 수 있도록 장옥(지붕이 높은 시장 공터)을 매입해 현대적 느낌의 푸드 라운지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백종원씨가 추진하는 추가 리모델링 사업이 마무리되면 시장은 더 시끌벅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시장 안에선 백씨 회사 직원들이 폐점포 여러 곳을 개축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예산군과 백씨의 실험을 지켜보는 주변 상인들은 대체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 정육점 주인은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이 시장을 더 찾으면 고기 한 근이라도 더 팔 수 있지 않겠느냐”며 반겼다. 다만 “사람들이 무슨 볼거리가 있다고 시장통 안까지 들어가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예산군은 새로운 방식의 구도심 활성화 사업에 쐐기를 박기 위해 백씨와 함께 리모델링 점포에서 장사할 대상자를 선발하고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내달 14~20일 시장 인근 백종원국밥거리 일대에서 열리는 예산장터 '삼국(국화 국밥 국수)축제' 기간에는 ‘예산 글로벌푸드 챔피언십 요리대회’도 연다.
예산시장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 것은 지자체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최재구 예산군수는 “이번 사업은 백종원이라는 브랜드의 힘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예산군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전국 전통시장은 부활의 기회를 얻을 것이며,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들도 모범 사례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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