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찾은 美 해리스 "北이 더 이상 위협되지 않는 세상 원해"

입력
2022.09.29 18:30
수정
2022.09.29 21: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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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부통령 29일 DMZ 방문
한미·한미일 훈련 속 北 대응 주목
외교부 "北에 신호 발신 큰 의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9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판문점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9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판문점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판문점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29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25, 28일에 이어 이번 주만 벌써 3번째다. 핵추진 항공모함을 투입한 한미 해상훈련을 동해에서 이날까지 나흘간 실시하며 대북 압박수위를 높이는 와중에 북한이 연거푸 맞불을 놨다. 한미 양국과 북한의 긴장감이 갈수록 고조되는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25m 거리인 캠프 보니파스의 최북단 오울렛 초소(OP)를 찾아 “(미국은) 북한이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 세상을 원한다”며 "(북핵ㆍ탄도미사일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한미 양국의 공동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은 쌍안경으로 북한 지역을 바라보던 중 안내하던 한국 병사가 "당신을 바라보는 북한군을 볼 수도 있다"고 말하자 "그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북한이) 너무 가깝다"고 답했다. 그는 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 관할구역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미국과 한국은 어떤 만일의 사태에도 준비돼 있다"고 자신하면서 "북한에는 악랄한 독재정권, 불법적인 무기프로그램, 인권 침해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DMZ를 찾지 않았다. 과거 미국 대통령이 빼놓지 않고 DMZ에 들렀던 것과 다른 행보였다. 따라서 해리스 부통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DMZ를 찾은 최고위급 미 정부 인사인 셈이다. 앞서 8월 초 미 권력서열 3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한국 방문길에 DMZ에 들렀다.

북한은 전날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동해로 쐈다. 하지만 이날 해리스 부통령의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SRBM 발사에 대해 "북한은 과거에도 이런 유형의 실험을 해왔다. 특별한 일이 아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신 해리스 부통령 방한과 DMZ 방문 일정에 초점을 맞춰 "한국에 대한 확고한 방위 공약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쏘면서 노림수가 분명해졌다. 한미 해상훈련에 이어 30일 한미일 3국이 5년 만에 대잠훈련을 통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맞서는 상황은 북한에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 북한은 이날 해리스 부통령 귀국길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 마이웨이'를 확고히 했다.

북한은 한미·한미일 압박 행보를 핵실험 명분으로 삼는 한편, 중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데 이용할 전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새 핵무력 법령에 따라 한미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며 "그런 명분으로 중국을 설득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중국 공산당 당대회(10월 16일) 축제를 앞둔 상황인 만큼, 북한은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한미 양국을 상대로 저강도 도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해리스 부통령 방한에 대해 "한미동맹의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공고한 확장억제를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정부서열 1·2·3위의 짧은 시간 내 방한은 전례가 없다"면서 해리스 부통령의 DMZ 방문에 대해 "북한에 신호를 발신한다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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