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약속의 상징, 무지개에 담긴 겸손한 소유 의미

입력
2022.09.29 20:00

편집자주

'호크마 샬롬'은 히브리어로 '지혜여 안녕'이란 뜻입니다. 구약의 지혜문헌으로 불리는 잠언과 전도서, 욥기를 중심으로 성경에 담긴 삶의 보편적 가르침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하나님의 인간적인 분노와 약속
신앙감성 가득한 일곱색 무지개
무지개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죄송한 표현이지만 하나님의 대처가 참 어처구니가 없다. 우선 하나님은 절대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말씀을 하셨다. 자신이 지으신 인간이 언제나 악하기만 한 것을 보시고는,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창세기 6:6). 전지전능한 신이 어떻게 후회하실 수가 있을까? 신학자들이 무척이나 곤혹했다고 하는 발언이다.

그러고는 하늘에서 어마어마한 홍수를 내려 땅 위의 생명을 거의 멸절했다. 성경에 의하면 인간의 포악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결국 인간은 노아 할아버지와 그의 가족만 살아남았다. 그런데 하나님은 또 한 번 우리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번에는 홍수로 파멸시킨 것이 후회되시나 보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며 약속하시고 그 증표를 보여준다. "내가 구름을 일으켜서 땅을 덮을 때마다, 무지개가 구름 사이에서 나타나면, 나는, 너희와 숨 쉬는 모든 짐승 곧 살과 피가 있는 모든 것과 더불어 세운 그 언약을 기억하고, 다시는 홍수를 일으켜서 살과 피가 있는 모든 것을 물로 멸하지 않겠다."(창세기 9:14-15).

다시는 어마어마한 물로 재앙을 내리지 않겠다는 약속인데, 권능의 창조주라면 적어도 하늘에 강철 같은 방수막이라도 쳐서 확실한 보장을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무지개! 예쁘기만 하고 하늘에서 내리는 아무것도 막지 못하는 무지개. 하나님이 참 로맨티시스트이시다. 사냥 나간 가장이 배고픈 가족들 앞에 예쁜 꽃 한 다발만 꺾어서 돌아온 격이다.

하나님 못지않게 인간은 무지개를 참 좋아한다. 조규찬이 부른 '무지개'라는 멋진 곡이 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곡이기도 하다. 그는 이렇게 노래한다. "뒷산 위에 무지개가 가득히 떠오를 때면. 가도 가도 잡히지 않는 무지개를 따라갔었죠." 무지개는 늘 신비롭고 영롱하며 아름답다. 순진할 때 누구든 무지개의 활 끝이 땅에 박혀있을 거라고 믿고 가까이 가보려 했지만, 잡고 싶은 무지개는 가도 가도 잡히지 않는다. 무지개가 인간에게 잡힌다면? 무지개가 한없이 아름다운 건 영원히 우리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신이 무지개를 걸어두시고 인간과 약속을 한 어이없는 일은, 신이 인간을 가장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도 하나님 못지않은 로맨티시스트다. 꿈꾸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 때 사람은 가장 행복하다. 정작 손으로 잡아 가지게 되면 사람은 실망하거나 오욕을 부리다 망하기 일쑤다. 하나님은 인간을 어떤 조건에 두었을 때 가장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는지 잘 아신다. 하늘에 빗장을 채워 배짱이 두둑해지면, 의외로 인간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학술적 견지에서 노아 홍수의 무지개 이야기는 그저 '원인론적 설화'(aetiology)에 불과하다. 하늘에 걸린 무지개는 항상 비가 오고 나면 예쁘게 나타나기에, 역으로 그 원인을 설명하는 전설적 설화라는 것이다. 마을에 내려오는 '큰 바위 얼굴'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신앙적 감성이 이해하는 무지개는 전혀 다르다. 비 온 뒤 개운한 공기 위에 아름다운 일곱 색이 가지런히 흩뿌려진다. 하늘을 보고도 땅을 보고도 웃는 듯한 반월 모양 무지개는 너무나 예뻐서 행복을 준다. 그리고 신의 존재처럼 가도 가도 잡히지 않기에 더 아름답다. 상상과 꿈은 현실보다 늘 강렬하다.

우리는 바라고 원하는 것을 열심히 쫓아가 손에 꼭 쥐고 싶어 한다. 알고 이해하고 싶은 것도 많아 늘 안달이다. 결국 두 손 가득히 부여잡으면 우리는 행복할까? 손 하나는 아쉬워야 한다고 성경의 지혜는 말한다. "두 손에 가득하고 수고하며 바람을 잡는 것보다 한 손에만 가득하고 평온함이 더 나으니라."(전도서 4:6). 당신이 빌 게이츠일 확률은 80억 분의 1이기에 당신의 몸과 마음은 늘 건강하고 겸손하다. 저 예쁜 여자가 당신과 결혼할 리 없기 때문에 당신의 상상은 늘 짜릿한 것이다. 혹 인생의 대박이 나셨다면 다음 경고를 듣고 주의해야 할 것이다. "꿀을 발견하더라도 적당히 먹어라. 과식하면 토할지도 모른다."(잠언 25:16).

기민석 목사ㆍ한국침례신학대 구약성서학 교수
대체텍스트
기민석목사ㆍ한국침례신학대 구약성서학 교수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당신이 관심 있을만한 이슈

댓글 1,324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