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순위는 김건희 특검보다 노령연금 확대

입력
2022.09.29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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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측근 김현지 보좌관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대장동 의혹 관련으로 수사를 받다가 숨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측근 김현지 보좌관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대장동 의혹 관련으로 수사를 받다가 숨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 통보를 확인한 측근은 이 대표에게 “전쟁입니다”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상대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의 화력 차이는 확연하다. 대통령이 가진 자원은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에는 있고, 이 대표에게는 없는 검·경 수사력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에게 치명적 비수로 엄습하고 있다.

예상보다 빠르고 집요한 검·경 수사에 이 대표 주변에선 '탈곡기식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탄식한다. 검찰 수사의 기세가 크고 작은 모든 혐의점을 탈탈 털어 일단 재판에 넘기고 보자는 듯하다는 것이다. △대선후보 시절 국정감사장 등에서 말을 잘못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거나 △성남FC 의혹에서 이 대표가 돈 받았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제3자 뇌물이란 새로운 죄명을 적용해 앞선 불송치 결정을 번복한 것 △부인과 아들을 겨냥한 수사 등을 이 대표 측은 그런 사례로 꼽는다.

지금은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똘똘 뭉쳐 공동 대응을 해준다. 그러나 기소 건수가 하나둘씩 늘어날수록 당의 부담이 커질 것이다.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 수사가 "정당하다"는 응답이 "부당하다"는 답변 비율보다 높게 나왔다. 민주당의 야당 탄압, 정치 보복 프레임이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만에 하나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이 청구돼 체포동의안이 본회의 안건으로 오르면 의원들 입장이 갈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 때문에 요즘 이 대표의 거의 모든 관심은 생존에 맞춰져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국회의원 배지나 당대표 직이 '방탄'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탈곡기식 수사 앞에서 의원 배지 등은 도피처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에 쌓인 경험이다. 이에 이 대표 측은 진정한 방탄은 우호적 민심 조성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틈만 나면 "민생"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검찰 수사 속도와 범위를 봤을 때 이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는 빠르고 확실한 것 위주로 정치인 이재명의 효능감을 대중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려는 듯하다. 노인 기초연금 증액과 지급 대상 확대, 아동수당 증액, 지역화폐 예산 증액과 같은 현금성 보편적 복지 확대가 핵심이 될 것으로 전해진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사례를 보면 '나는 포퓰리즘이라 안 받겠다'던 사람들도 지원금이 입금되면 마음이 달라진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2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서두에서도 "가난을 증명한 사람을 골라 지원하지 않고, 모두를 지원한 후 불필요한 몫은 회수하면 어떻겠느냐"며 보편 복지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당 지도부 인사는 "이 대표의 우선 관심사는 김건희 특검이나 노란봉투법 등이 아닌 기초연금 확대"라고 했다.

경기지사와 당대표는 전혀 다른 자리라는 점은 변수다. 도 간부들은 이 대표가 추진하는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다음 선거를 생각해야 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 뜻에 늘 따라주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계파 갈등도 수면 아래 도사리고 있다. 이 대표가 어떤 정치력을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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