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 인수로 삼형제 승계작업 속도 붙나

입력
2022.10.02 12:00
수정
2022.11.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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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이끌 김동관 부회장 힘 실어주기 본격화"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화그룹 사옥. 한화 제공


한화그룹이 2조 원을 들여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본격 나서면서 김승연 회장의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요 사업을 맡긴 장남 김동관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나머지 두 아들의 역할을 보다 선명하게 구분하며 사업 교통정리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2일 한화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지난달 인사에서 승진하며 기존 한화솔루션 대표이사에,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겸하게 됐다. 김 회장이 그룹을 이끌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방위산업과 친환경에너지 등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회사를 책임지게 된 것이다.

김 부회장은 미국에서 학업(세인트폴고·하버드대 정치학과 졸업)을 마치고 2006년 귀국해 통역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뒤 2010년 한화에 입사했다. 김 부회장은 부친인 김 회장이 평소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다른 재벌가 3세와 다르게 스스로의 능력으로 성장해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 입사 1년 뒤 한화솔라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 한화큐셀과의 통합에 큰 역할을 하는 등 태양광 산업을 그룹 주요 사업으로 끌어올렸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을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태양광 산업을 이끄는 기업으로 키우는 등 그룹 내 미래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도록 역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2020년 1월 서울시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한화솔루션 비전 선포식’에 당시 김동관(오른쪽에서 두 번째) 전략부문 부사장이 참석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제공



김 부회장은 지난해 3월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내 한화스페이스허브 팀장을 담당하며 그린수소 등 청정에너지, 항공·우주·방산 등도 그룹 중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이번 대우조선 인수는 김 부회장의 역할이 보다 확대되는 계기가 돼 그룹 장악력을 한층 키우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지상 장비와 군용기 엔진 등 항공 장비 부문에 한정됐던 방산 영역이, 수상함과 잠수함 등 해양 분야로까지 확대돼 영업 및 연구개발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대우조선의 액화천연가스 관련 역량이 한화의 그린에너지 가치사슬 완성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남 김동원 '금융', 삼남 김동선 '유통'으로


2017년 3월 김동원(왼쪽) 당시 한화생명 상무가 중국 하이난 충하이시 보아오 포럼 행사장에서 짜오하이샨 중국 톈진시 부시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톈진 자유무역지대 투자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화그룹 제공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 역시 전문성을 앞세워 자신만의 분야를 찾게 됐다.

김 부사장은 한화의 금융 부문에서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긴 했지만, 형처럼 미국서 학업(세인트폴고·예일대 동아시아학과)을 마친 뒤 2014년 한화 L&C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듬해인 2015년부터 한화생명 전사혁신실으로 옮겨 디지털 전문가로 성장해왔다.

업계 최초로 디지털손해보험사 캐롯손보 설립을 이끌었고, 인터넷은행(K뱅크) 사업 참여, 핀테크 기반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 출시 등 포트폴리오 확대에 성공하며 2016년 임원으로 승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처럼 활발한 성격을 가져 실험적 시도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다보스포럼, 보아오포럼 등 국제행사에도 자주 참석해 해외 인맥을 쌓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선 상무가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열린 개인 마장마술 그랑프리 1차전에서 연기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는 3월 한화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을 겸직하며 사실상 유통부문 수장을 맡게 됐다.

여러차례 구설에 오른 전력 탓에 형들에 비해 경험을 쌓을 시간이 모자랐지만, 2006 도하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승마 국가대표를 지낸 경험을 경영 현장에 활용, 프리미엄레저, 호텔·리조트, 유통 등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이 최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사업 부문인 갤러리아를 인적분할한 뒤 3월 신규 상장하기로 한 것도, 김 상무에게 안정적 사업 구조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갤러리아는 분할 후 별도 법인으로 한화의 지배를 받게 돼, 한화는 태양광·방산, 금융, 유통 부문으로 쪼개기 좋은 구조도 된다.

유통업계에서는 김 상무가 앞으로 경영 능력에 대한 시장 우려를 불식시켜야 삼형제의 승계가 완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한화에너지 합병 추진 전망도

김승연 회장 취임 이후 주요 인수합병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들. 왼쪽부터 장남 김동관 한화 부회장,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 한화그룹 제공


재계에선 한화 지분 구조 개선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김 회장이 22.7%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며, 김 부회장(4.4%), 김 부사장 (1.7%), 김 상무(1.4%)는 낮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와 한화가 합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에너지는 9.7%의 한화 지분을 갖고 있어, 삼형제가 손쉽게 한화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는 시나리오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기업과 다르게 김 회장이 아들의 역할을 분명히 하며 각자 분야에서 사업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며 "이번 대우조선 인수처럼 한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조속히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후 한화를 인적분할해 김 부사장과 김 상무가 각각 한화생명, 한화갤러리아 등을 확보해 독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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