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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폭 후퇴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1차 전투 패배 인정하고 새 전략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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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12월 2일 시행되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됐다. 시행 시기가 6개월 늦춰졌지만 내용은 대폭 후퇴했다. 제주도와 세종시에서만 우선 시행하고, 구매한 브랜드 이외 매장으로는 반환할 수 없게 했다. 소비자 반환의 불편이 대폭 증가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요구만 대폭 수용된 내용에 대해서 환경·소비자 단체는 분노하고 있고, 프랜차이즈 업계는 편의점, 무인카페, 개인카페가 제외된 것에 대해 불만이다. 반환된 컵 수거사업을 준비해 온 사업자들은 허탈해하고 있으며, 야당은 정부가 시행시기와 지역 모두 법률 내용을 이행하지 않아 입법권을 침해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 정도만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고 모두가 불만이다.
그렇지만 이제 환경부 멱살을 잡고 아무리 흔든다고 하더라도 12월 2일 전국 시행을 실시하는 건 불가능하다. 1차 전투에서 패배했음을 인정하고 빨리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시범사업을 거치면서 제도 폐지 수순을 밟는다면 전쟁에서 지는 것이다. 일회용품과의 싸움에서 굴욕적인 항복문서에 서명하는 결말은 상상하기 싫다.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시행되는 시범사업은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잘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남들이 꺼리는 시범사업에 참여한 제주도와 세종시에 대해서는 격려가 필요하다. 불만이 많더라도 냉소에 빠지지는 말자. 환경부는 이해관계자 협의체를 통해 시범사업 과정의 내용을 계속 공유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지역 및 대상 사업자 확대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책임있는 참여가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진정으로 사회적 책임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관심이 있다면 가맹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앞장서서 제시해야 한다. 이번 시범사업에서도 프랜차이즈 본사는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참에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떠넘기지 않고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의 책임주체가 되도록 법률에 명확하게 명시하는 법률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
소비자의 반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준비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소비자 반환이 불편해져야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컵 사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궤변도 있지만 일고의 가치도 없다. 소비자 반환이 불편해지면 다회용컵 사용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불만과 길거리 투기가 늘어난다. 브랜드와 관계없이 모든 매장에 반환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무인회수기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
누구 탓을 하면서 싸울 시간이 없다. 애꿎은 희생양을 만드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 목표를 분명하게 정하고 차근차근 실행해 가야 한다. 시범사업 기간을 거치면서 환경부가 부디 실추된 명예를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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