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출근 도급·외부 직원들 못 빠져나와… 현대아울렛 참사 7명 사망

입력
2022.09.26 20:10
수정
2022.09.27 09:5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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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역장에 의류 박스 많아 급격 연소"
1톤 화물차, 주차장 하역작업 중 불길
6월 소방점검에서 24개 항목 지적돼
정지선 회장 "책임 통감… 최대한 협조"
고용장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검토"

26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 프리미엄아울렛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26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 프리미엄아울렛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했다. 영업 준비를 위해 아침 일찍 일터에 나섰던 이들은 완공된 지 2년 남짓한 최신 쇼핑몰에서 화마에 희생됐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전담 수사본부를 꾸리고 화재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해외 출장 중인 이장우 대전시장은 귀로에 올랐다.

26일 대전시소방본부와 대전경찰청, 아웃렛(쇼핑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5분쯤 아웃렛 지하주차장 1층 하역장 인근에서 불꽃이 치솟으며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지하주차장에서는 근로자 8명이 일하고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숙직한 방재(시설) 직원과 청소업체 직원, 각 매장 택배직원 등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들 중 40대 남성 1명은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고, 나머지 7명은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7명은 △30대 남성 2명 △50대 남성 2명 △60대 여성 △70대 남성 △신원 미상 남성이다. 현대아울렛 관계자는 "8명의 사상자 중 6명이 도급이고 2명은 물류를 담당하는 외부 직원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화재가 발생하자 즉시 대응 1단계를 발령했지만, 쇼핑몰 특성상 가연성 물질이 많아 7분 만에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이어 중앙119구조본부와 대전 인근 세종·충남·충북·전북 4개 시도 9개 구조대가 출동하는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했다. 소방당국은 대원 126명과 장비 40대를 투입해 불이 지상층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았고, 인근 호텔에 투숙 중이던 110여 명도 대피시켰다.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지하 주차장 사고 현장. 그래픽= 김문중 기자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지하 주차장 사고 현장. 그래픽= 김문중 기자

그러나 짙은 연기 때문에 수색은 난항을 겪었다. 대원들은 지하주차장 차량을 중심으로 열화상카메라와 연기 투시 랜턴을 이용해 수색에 집중했지만, 주차장에 쌓여있던 종이박스에서 다량의 연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현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하주차장은 쇼핑몰과 호텔이 공유하고 있으며, 지하 주차장 면적은 약 4만㎡(1만2,100평)에 달한다. 소방당국은 오후 1시 10분 가까스로 불길을 잡은 뒤 오후 3시 2분 화재를 완전 진압했다

화재는 하역장 인근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대전소방 관계자는 "하역장에서 4m가량 떨어진 곳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쇼핑몰 특성상 하역장에 의류 박스가 많아 급격하게 연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 조사 결과, 당시 1톤 화물차 기사가 하역장에 도착한 뒤 하역작업을 하던 중 불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 발화 지점으로 전기차를 지목했지만, 명확한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27일 오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소방과 합동 감식에 들어갈 예정이다.

26일 오후 9시쯤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현장을 찾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신경근 대전 유성소방서장으로부로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 대전=정민승 기자

26일 오후 9시쯤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현장을 찾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신경근 대전 유성소방서장으로부로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 대전=정민승 기자

경찰은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늦게 현장을 찾아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화재 원인이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며 지역노동청 산업안전 담당자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전 현대아울렛은 개장한 지 2년밖에 안 됐다는 이유로 올해 국가안전대진단 대상에선 제외됐다. 그러나 올해 6월 초 시행된 소방점검에서 24개 항목에서 지적을 받았다. 지하 1층 주차장 화재 감지기 전선이 끊어졌거나 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조사됐고, 매장 주변에 설치된 화재경보기 경종과 피난 유도등 등도 교체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대아울렛 측은 “(소방점검 지적 직후) 지적된 부분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스프링클러와 제연설비에서는 별다른 결함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26일 오후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현장에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대전= 정민승 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26일 오후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현장에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대전= 정민승 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이날 현장을 찾아 "이번 사고에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사고 수습과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당국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은 지하 2층~지상 7층, 연면적 13만㎡ 규모에 280개 매장과 호텔(100실), 컨벤션센터, 영화관 등을 갖춘 복합시설로 2020년 6월 26일 개점했다. 대전 유일의 아웃렛형 복합 쇼핑몰이라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방문객들이 많은 곳이다.


대전= 정민승 기자
대전= 최두선 기자
곽주현 기자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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