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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고독사' 문제를 뮤지컬로..."9년 묵힌 작품 무대화돼 감개무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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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블루스'의 이정은, '갯마을 차차차'의 이봉련,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의 곽선영·정문성 등 K콘텐츠 열풍을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는 실력파 연기자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이들은 모두 대학로 창작 뮤지컬 '빨래'를 거쳤다.
2005년 초연 후 17년째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스타 산실로 자리매김한 치유와 위로의 뮤지컬 '빨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로 만난 극작·연출가 추민주(47·연극원 연출과 졸업)와 작곡가 민찬홍(41·음악원 작곡과 졸업)의 손에서 탄생했다.
최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이들이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구청 복지과 무연고 사망 담당 공무원 독고정순의 사연을 중심으로, 뮤지컬 소재로는 다소 생경한 고독사 문제를 다룬다.
2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두 사람은 공연 준비를 위해 배우와 제작진이 상견례하던 날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2013년 낭독 공연으로 선보였던 이 작품은 송혜선 PL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프로듀서로 나서면서 9년 만에 정식으로 무대화됐다. 추 연출은 "중대형 극장 뮤지컬을 염두에 두고 썼지만 내용이 낯설어 상업 뮤지컬로 개발하기 어렵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고, 민 작곡가는 "묵혀 있던 작품이 발굴되고 부활한 데 대한 감개무량한 감정이 크다"고 말했다.
달동네 사람들의 팍팍한 서울살이를 그린 '빨래'에는 추 연출의 서울 성북구 석관동 옥탑방 생활 경험이 녹아 있다. '어차피 혼자'의 시작은 라디오 뉴스였다. 2013년 당시 사회 문제로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노인 고독사 문제는 이제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사례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만연해 있다. 그는 "내 삶도,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삶도 일부러 들여다보지 않으면 무심히 지나치는 시대여서 나와 내 가족의 이야기에 좀 더 귀 기울이는 마음에 대해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달리기가 취미인 마흔 살의 비혼 여성 독고정순 캐릭터는 관악구·종로구·동대문구 등 10여 개 구청의 주무관을 취재한 결과물이다. 추 연출은 "무연고 사망 업무를 담당하면서 여러 쓰디쓴 감정을 느껴서인지 달리기를 하는 분이 정말 많았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혼자'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또 한 축은 재개발이다. 추 연출은 "고독사의 배경에는 사람이 제대로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재개발 광풍의 사회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봤다"며 "집에 대한 고민은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리라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는데 오히려 갈수록 불안감이 더 커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소외 계층이 주인공인 '빨래'에 이어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연극이 아닌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녹여냈다. 추 연출은 "음악을 통한 감성적 접근이 관객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고 '빨래'를 통해 바로 그 뮤지컬의 힘을 많이 느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민 작곡가는 "많은 관객이 동떨어진 이야기보다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에 끌리는 것 같다"며 "다른 음악 작업과 비교해 대중적 스타일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고 밝혔다.
'빨래'가 많은 스타 배우를 배출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주인공뿐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비중 있게 다뤄지기 때문이다. 추 연출은 '어차피 혼자'에서도 독고정순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에 힘을 실었다. "(이)정은 선배랑 사람이란 뭘까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게 사람이죠. 그러니 뮤지컬 속에서도 주인공뿐 아니라 주변 인물의 이야기가 함께 커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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