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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민주당 1달... '민생' 외쳤지만 '전쟁'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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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마지막 끝도 민생이다. 어떤 이념이나 가치도 민생에 우선할 수는 없다."
8월 28일 당대표 수락연설
오는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한 달을 맞는다. 그가 지난달 28일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민생'을 11차례나 언급한 것에서 보듯, 민주당을 '유능한 민생정당'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한 달 동안 국민들의 눈에 비친 '이재명의 민주당'에선 민생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조기 현실화되면서 이 대표의 과제로 꼽힌 민생과 당 통합·쇄신 등이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에도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한 채 정체돼 있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 4일 만인 지난 1일 검찰로부터 소환 요구를 받았다. 그는 당 대선후보 경선과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기된 사법리스크 우려에 대해 일축해왔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장에서 검찰 소환을 '전쟁'이라고 표현한 최측근 보좌관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하는 모습은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검찰은 이후에도 이 대표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경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에 대한 기소 의견을 검찰에 통보했다. 이처럼 수사당국의 압박수위가 높아지면서 그간 직접 대응을 자제해온 이 대표도 공개 회의에서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거론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정쟁 또는 야당 탄압, 정적 제거에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말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노력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하면서다. 민생을 강조하고자 했지만, 자신을 향한 검·경 수사를 '탄압' '정적 제거'로 규정한 것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물론 이 대표는 취임 후 당내 민생경제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전국을 돌며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쌀값 유지 정책' 등 민생 어젠다 발굴에 노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는 민생을 주제로 한 영수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소극적인 반응에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사법리스크로 인한 강대강 구도도 여야 간 협치 공간을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이 대표 취임 후 당내 과제로 꼽혔던 통합과 쇄신은 진행형이다. 이 대표는 식사정치를 통해 당내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전당대회 경쟁자였던 강훈식, 박용진 의원에 이어 3선 이상 중진, 초선 의원들과 식사를 통해 교류하고 있다. 이에 전당대회 당시 제기된 친명(친이재명)과 비명(비이재명) 간 계파갈등은 다소 잠잠해진 상황이다.
당원과의 소통에도 힘을 쏟고 있다. 매주 전국을 돌며 타운홀 미팅을 열고 있고, 모두발언 후 비공개로 진행돼온 최고위원회의도 참석자들과의 토론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대표가 도입한 당원청원시스템도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다만 '개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주장이 과다대표되면서 당내 건전한 논쟁을 막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직 인선에서 친명 인사를 대거 배치한 것은 향후 잠재적인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이 대표의 심복이라고 알려진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을 임명하기도 했다.
답보 상황에 빠진 민주당 지지율은 이처럼 이 대표와 당 안팎의 어려운 환경을 보여준다. 최근 윤 대통령의 외교 참사 논란과 장기화하는 국민의힘 내홍에도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면서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기준, 이 대표 취임 직전인 8월 4주 36%였던 민주당 지지율은 소폭 등락을 반복하면서 9월 4주 34%를 기록하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당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사법리스크가 조기 현실화하면서 지지율이 답보하고 있다"며 "강성 지지층에만 기대지 않고 확장성을 키우기 위해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을 찾고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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