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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히잡 원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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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란에서 20대 여성이 ‘히잡’(머리를 가리는 스카프)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구금됐다 의문사한 뒤 반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2009년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는 ‘녹색운동’ 이후 13년 만에 최대 규모다. 외신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기준 전국 80여 개 도시에서 최소 35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고,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은 불태워졌다. 정권퇴진 운동으로 비화한 것이다.
□ ‘가려서 방해받지 않는다’는 뜻의 히잡은 무례한 남성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다른 종교와 구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슬람 57개국 가운데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두 나라만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의무화하고 있다. 이란에선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9세 이상 모든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착용하도록 돼 있다. 자국을 찾은 외국인과 해외를 방문한 이란인에게도 강제해 악명이 높다. 그러나 최근 여성들은 히잡을 뒤로 써서 머리를 좀더 노출하는 식으로 복장규제에 반발하고 이를 SNS에 올리고 있다. 달라진 교육수준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이런 저항을 불러온 것이다.
□ 반면 이슬람 인구가 세계 1위인 인도네시아는 분위기가 다르다. 히잡을 쓰지 않은 20·30대 무슬림 여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자유분방하게 살겠다” “어울리지 않는다” “히잡을 안 쓰면 외국계 회사에 취직이 잘된다”는 다양한 이유를 대고 있다. 매일 귀찮게 머리를 손질할 필요가 없어 히잡을 선호한다는 여성들도 많다. ‘의무’가 아닌 ‘패션’의 영역으로 여겨 관련 산업이 커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 이란 당국의 위기감은 만만치 않다. 체제전복과 직결될 수 있어서다. 40년 전 팔레비 왕조 때만 해도 여성들은 짧은 치마와 수영복을 자유롭게 입었다. 서구적 가치를 ‘문화침공’으로 여기면서 바뀐 것이다. 이란 정부는 감시를 위해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생체 신분증의 칩 안에 홍채, 지문, 얼굴 정보를 담아 법을 어기는 사람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이란에서 여성에게 금지된 위험한 행동은 춤추기, 노래하기, 악기 연주, 남자와 악수하기 등이다. 이슬람 신정국가 이란이 내부적으로 어떤 희생을 치를지 이번 시위 사태가 갈수록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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