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주인 없는 회사 터널' 끝 보이는 대우조선해양...꽃길·가시밭길 중 어디로

입력
2022.09.27 09:00
구독

'2008년 경험' 한화 인수작업 간소화 예상
업황 회복 속도·한화 투자 의지도 관건


26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 거제=연합뉴스

26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 거제=연합뉴스


국내 조선 '빅3'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이 20년 넘는 매각 작업 끝에 새 주인을 맞게 된 가운데, 업계에선 시너지 효과가 충분히 일어날 거란 기대와 낙관적 전망만을 내놓을 순 없단 우려가 공존한다. 구조조정 우려 등에 따른 노조 측 반대와 고환율 글로벌 경제 상황이 나빠지는 분위기 등을 봤을 때 과제도 만만찮을 거란 예상 때문이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는 어느 정도 예견된 시나리오 중 하나였단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2008년에 입찰을 한 상황인 데다 최근 방산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대우조선 인수 움직임을 계속 보여 왔던 건 사실"이라며 "한화가 대우조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인수 과정도 다른 주체보다 복잡하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2001년 채무조정(워크아웃) 졸업 후 산업은행 관리를 받으며 민영화를 추진해 온 대우조선은 2008년과 올해 각각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될 뻔했지만 없던 일이 됐다. 그러나 한화그룹이 다시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대우조선은 21년 동안 달았던 '주인 없는 회사'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게 됐다.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에 접어든 데다 2008년 6조 원대였던 대우조선 몸값이 2조 원 수준으로 떨어진 터라 한화의 적극적 투자와 대우조선 구성원들의 경영 정상화 의지가 만날 경우 시너지를 얻을 거란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그렇다고 '꽃길'만 보이는 건 아니다. 올해 유독 도드라진 논란이 매각 작업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대우조선은 2월 신임 대표이사로 문재인 전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기인 박두선 사장을 선임, 정권 말 '알박기 인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고, 6월엔 대우조선 하청노조가 국내 최대 조선소 중 하나인 거제 옥포조선소의 5개 독(dock·선박 건조장) 중 가장 큰 제1독을 점거한 채 파업을 벌이면서 조업 중단 사태를 맞았다.

51일 동안 이어진 파업은 7월 22일 마무리됐지만 회사 측은 작업 중단에 따른 손실이 수천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면서 지난달 말 하청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470억 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인수 과정에서 일정 부분 구조조정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손배소 취하와 구조조정 등을 둘러싼 노사 관계 악화도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액화천연가스(LPG) 운반선 30척 등 약 86억 달러(약 12조2,500억 원) 상당의 수주 계약을 맺는 등 수주 잔고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수주 단가가 떨어진 상황이라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홍균 DB금융투자 파트장은 "고환율 등 글로벌 경제상황을 낙관할 수 없고, 단기적으로 침체가 심화할 경우 조선업황 회복 속도가 더뎌질 수 있어 한화의 지원 여력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기자
박지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