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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빠진 '윤이나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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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어느 분야든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남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의 고행이 뒤따른다. 하지만 힘들게 오른 정상에서 추락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 데뷔 후 남다른 장타와 공격적인 플레이로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했던 윤이나(19)는 ‘공 하나’ 때문에 무너졌다. 윤이나는 자신의 공이 아닌 남의 공으로 플레이했고, 이 사실을 알고도 한 달 동안 감췄다. KLPGA는 지난 20일 윤이나에게 3년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앞서 대한골프협회(KGA)도 3년간 대회 출전을 금지시켰다.
KLPGA 상벌분과위원회는 “정상 참작 사유가 있었으나 규칙 위반 후 장기간에 걸쳐 위반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과 규칙 위반 이후 대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등 심각한 부정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고 중징계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만큼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판단했다는 의미다.
결국 윤이나는 뛰어난 경기력을 앞세워 올 시즌 신인 첫 우승까지 거머쥐면서 ‘초대형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선수 생명까지 위협받는 추락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20대가 전성기인 여자 선수에게 3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징계 수위를 놓고 “어린 선수에게 너무 과하다”는 이들도 있다. 윤이나가 아직 고등학생 신분이긴 하지만, 학생 스포츠가 아닌 억대의 우승 상금을 받는 프로 선수이기에 나이가 ‘징계 감경’의 사유가 될 수는 없다. ‘골프 레전드’ 박세리도 윤이나 징계와 관련해서 “많이 안타까운 상황이긴 한데 너무나 잘못한 거라서 변명은 절대 있을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오히려 나이 어린 선수이기에 추가 제재가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이나가 아닌 그의 주변에 있는 어른들에 대한 제재를 말하는 것이다.
이번 일은 어른들의 잘못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윤이나의 캐디와 코치, 부모가 모두 부정행위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이제 막 뻗어가는 열아홉 살짜리 어린 선수가 유혹에 흔들리는 것을 빠른 시간 안에 바로 잡아주지 않았다. 남의 공이라는 사실을 알고 곧바로 신고했다면 2벌타만 받고 끝날 일을, 해당 대회 기간에만 신고했다면 실격으로 끝날 일을, 3년 징계까지 커지는 최악의 사태로 키웠다. 윤이나 주변 어른들에 대한 제재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윤이나는 3년간 대회 출전이 금지됐지만 현재로서는 캐디나 코치에게는 어떤 제재도 없다. 윤이나의 캐디가 지금 당장 다른 선수 골프 가방을 메고 KLPGA 대회를 출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윤이나의 코치 역시 프로 선수들을 가르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 실제 윤이나의 코치는 현재 모 프로골프단에서 10여 명의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고, 새로운 프로골프단 창단을 이끌고 있다.
한 방송 해설위원은 “캐디와 코치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다만 이들이 KLPGA 소속 선수가 아니다 보니 직접 징계는 어렵겠지만 대회장 출입금지 등 경고의 메시지를 통해 재발 방지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이나 사태는 어른들의 그릇된 판단으로 어린 선수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어린 선수의 인생과 바꿀 만한 유혹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무덤까지 가져갈 수 있는 비밀 또한 마찬가지다. 윤이나 사태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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