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젊은데 자주 깜빡깜빡…디지털 의존 탓에 생긴 ‘영츠하이머’?

입력
2022.09.26 19: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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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기억할 수 있는 사실도 스마트폰에 저장할 정도로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의존하다가는 '영츠하이머'로 불리는 '디지털 치매'에 노출되기 쉽다. 게티이미지뱅크

간단히 기억할 수 있는 사실도 스마트폰에 저장할 정도로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의존하다가는 '영츠하이머'로 불리는 '디지털 치매'에 노출되기 쉽다. 게티이미지뱅크

치매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으로 고령인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그런데 최근 50대 이하 연령층에서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인 기억력 감퇴, 건망증 등을 겪는 사람이 늘면서 이른바 ‘영츠하이머(Youngzheimer)’라는 말이 생겼다.

‘영츠하이머’는 젊음(Young)과 노인성 치매(Alzheimerㆍ알츠하이머)를 합성해 만들어진 말이다. 젊은 나이에 기억력 감퇴, 건망증 등을 겪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치매’도 유사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건망증은 뇌가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다가 과부하가 생긴 탓에 일시적으로 저장된 기억을 끄집어내는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사실 질병은 아니다.

영츠하이머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과 스마트폰 의존이 꼽힌다. 또 지나친 음주도 영츠하이머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과음으로 블랙아웃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뇌의 기억 기관인 해마를 손상해 기억력 감퇴로 이어질 수 있다.

◇스마트폰, 건망증에 가장 큰 영향

나이가 들면 머리카락이 빠지고 근육이 점점 약화되는 것처럼 건망증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20~30대 젊은 나이에 이런 일을 겪는다면 정확히 진단할 필요가 있다.

젊은이에게 생기는 건망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인간의 뇌를 대신해 ‘기억’이라는 역할을 맡고 있다. 흔히 주변 사람 연락처나 생일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필요한 작은 기억도 메모 기능이 대신하고 있다. 아주 간단한 계산까지도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이처럼 디지털 기기에 점점 더 의존하면서 뇌도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30대 젊은이들에게 건망증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기억의 필요성이 줄어든 탓”이라며 “간단한 것도 스마트폰에 저장하다 보니 주의 깊게 기억하려고 하지 않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윤지애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과의존에 따른 기억력 감퇴를 예방하려면 의식적으로 덜 사용하고, 기억할 만한 일을 할 때는 그 일을 소리 내 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직장이나 학교생활에서 겪는 우울감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건망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무기력함까지 느끼는 것이다.

◇디지털 치매 예방하려면 숙면 중요

다음 증상 가운데 2가지 이상 해당되면 디지털 치매일 가능성이 높다. △전화번호는 회사 번호와 집 번호밖에 외우지 못한다 △전날 먹은 식사 메뉴가 생각나지 않는다 △계산서에 서명할 때 빼고 거의 손으로 글씨를 쓰지 않는다 △처음 만났다고 여긴 사람이 이전에 만난 적이 있던 사람이다 △같은 얘기를 반복한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장치를 장착한 뒤 지도를 보지 않는다 △아는 한자나 영어 단어의 뜻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애창곡인데 가사를 보지 않으면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몇 년째 사용 중인 집 전화번호가 떠오르지 않기도 한다 △주변 사람과 대화할 때는 거의 메일로 한다.

디지털 치매가 오래되면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고, 기억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치매를 예방하려면 머리에 충분히 휴식을 주고, 두뇌도 자주 사용해야 한다.

잠도 충분히 자야 한다. 잠자는 동안 뇌 안에서는 정보가 정리되기 때문이다. 숙면을 취해야 그날 뇌 속에 저장된 정보가 잘 통합돼 나중에 곧바로 꺼내 쓸 수 있다.

뇌도 기계처럼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자꾸 쇠퇴한다. 특히 새로운 정보나 기술을 접하면 뇌에 큰 자극이 될 수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 복잡한 기술을 배운 사람은 기억력이 좋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할수록 기억력이 좋아진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친구ㆍ가족 등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기억력 감퇴 속도가 줄어든다. 사회적 관계를 왕성하게 하면 기억력에 악영향을 주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뇌도 신체 기관이므로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기억력 증강에 도움을 준다. 특히 지중해식 식단이 기억력에 도움을 준다. 과일ㆍ채소ㆍ견과류를 많이 먹고, 소고기ㆍ돼지고기 같은 적색육 대신 생선ㆍ닭 등 백색육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건망증을 예방하는 10가지 방법]

1. 규칙적인 운동은 기억 능력을 향상시킨다.

2. 뇌 전체의 고른 발달을 위해 머리를 쓰는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한다.

3. 전문적인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다.

4. 신문이나 TV 등을 통해 세상일에 관심을 갖는다.

5. 새로운 정보를 수용할 때 청각이나 시각 등 한 가지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6. 뇌에 산소와 영양분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술 담배를 삼간다.

7. 충분한 수면과 운동 그리고 신선한 과일ㆍ채소를 많이 먹는다.

8. 필요할 때마다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자.

9. 건망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10. 기억할 만한 일을 할 때는 그 일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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