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출범에 정파성 짙은 국교위, 제 역할 하겠나

입력
2022.09.24 04:30
23면

22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출범을 닷새 앞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의 사무실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출범을 닷새 앞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의 사무실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때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했던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이 국가교육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임명됐다. 교육 정책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걸 막고 교육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설한 국교위가 출범도 전에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휩싸였다.

교육부가 22일 발표한 국교위 위원 19명에는 이 전 총장을 비롯해 대통령이 지명한 5명과 국회가 추천한 9명, 단체 추천 3명, 당연직 2명이 포함됐다. 여야가 추천하는 인사는 교육에 대한 입장 차이를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걸 감안하면 대통령 지명 인사는 중립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어야 한다. 국교위법 제1조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총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특별고문을 맡는 등 정치색이 짙은 데다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선덕여왕에 빗댄 발언으로 논란까지 불렀다. 교육계 경륜이 풍부하다 한들 이런 인식으로 첨예한 현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통령이 지명한 다른 4명도 보수 일색이다. 그 외 위원들도 정파성이 뚜렷하거나 교육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장 올해 말까지 국교위가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심의·의결해야 하는데, 한국사 서술 방식 등에서 정파 갈등이 불붙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고교 체계와 대학입시 개편 같은 중대 사안도 원활히 협의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지난 정부 때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국교위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기에 윤석열 정부에서 국교위 위상 하락은 예상이 됐다. 실제 국교위는 법이 시행된 지 두 달이 넘은 27일에야 출범하는 데다 공무원 31명 규모의 왜소한 조직이 됐다. 예산도 크게 줄었다. ‘만 5세 취학’ 같은 민감한 사안을 덜컥 발표부터 할 만큼 정부가 교육 정책에 무심한 상황에서 국교위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런데 내 편 네 편 갈라온 위원들에게서 균형 잡힌 판단과 미래 교육 비전을 기대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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