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망)을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문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린다. 돈이 걸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해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망 중립성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보다 망 이용료라는 말이 핵심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말하는 망 이용료란 개인이 이동통신이나 인터넷 서비스를 신청해 다달이 내는 이용료가 아니다. 구글 메타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돈 버는 업체들에 인터넷 망 제공업체(ISP)들이 요구하는 망 이용 대가다. 즉 무임승차하지 말라는 것이 ISP 요구다.
네이버 카카오 등 일부 업체들은 이미 망 이용료를 ISP들에 내고 있으나, 유튜브 넷플릭스 등은 거부하고 있다. 이용자들에게 인터넷 이용료를 받으면서 콘텐츠 제공업체(CP)들에 돈을 내라는 것은 이중 징수라는 이유다. 대신 CP들은 좋은 서비스로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게 만들면 ISP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급기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소송까지 벌였고 다음 달 6차 변론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최근 유튜브가 뛰어들어 싸움판을 키우고 있다. 유튜브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국회에서 논의 중인 유례없는 망 이용료 관련 법안은 한국 인터넷 및 창작자 생태계, 유튜브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니 법안 반대 청원에 참여해 달라"며 도발에 가까운 글을 올렸다.
국회가 망 이용료 입법을 논의하는 것은 인터넷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인터넷은 전기, 수도처럼 없으면 생활에 불편을 끼치는 공공재 성격을 가졌으면서도, 정부가 소유권이 없어 서비스의 질과 가격을 결정할 수 없는 기업의 사적 재산이다. 그렇다 보니 정부는 ISP들이 지나치게 가격을 올리거나 투자를 소홀히 해서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공공성을 담보하는 규제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망 이용료 입법 논의도 이런 차원이다. 많은 접속량을 유발해 망에 부담을 주는 콘텐츠 업체들이 적절한 대가를 지불해 망 제공업체들의 망 확대나 속도 개선 등 시설 투자에 기여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하루 방문자 100만 명 이상, 국내 접속량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업체로 국한했다.
이 판국에 유튜브가 뛰어들면서 국내 망 이용료 논란을 세계의 관심사로 만들어 버렸다. 마치 사라예보의 총성이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듯이 유튜브의 가세는 유럽연합(EU)과 인도네시아 등으로 망 이용료 논란을 확대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판을 키운 것이다.
EU집행위원회는 올해 안에 망 이용료 입법을 마무리하기로 했으며 미국에서는 인터넷을 제공하는 케이블TV 업체들을 중심으로 유사한 망 이용료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우리 상황을 참고해 망 이용료 법 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황에서 양 측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솔직하고 정확한 숫자를 공개해야 한다. ISP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대형 콘텐츠업체(CP)들의 각 이용량이 전체 인터넷 이용량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 CP들은 나라별로 각각의 서비스 매출을 구체적으로 공개해 ISP들이 요구하는 망 이용료가 얼마나 부담을 주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
유튜브의 참전으로 영상 창작자들까지 망 이용료 싸움판에 가세했다. 이런 판국이면 넷플릭스가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 제작사들마저 싸움판에 끌어들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망 이용료 싸움은 세계대전이 됐을 뿐만 아니라 각 이해집단의 수직적 싸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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