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韓 지하철 살인사건, 스토킹처벌법에 분노케 만들었다"

입력
2022.09.23 12:30
BBC 서울특파원 진 맥켄지 기자가 구체적으로 보도
"한국 스토킹처벌법 허점 때문에 피해자 살해돼"
尹 대통령 '여가부 폐지', 여가부 장관의 발언도 주목

2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역 2호선 화장실 앞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희생자 추모 장소에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뉴시스

영국 BBC방송이 최근 벌어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한국 여성들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들추면서 현재 한국의 스토킹처벌법에 대한 문제점을 짚었다.

BBC는 23일(현지시간) '한국의 지하철 살인사건이 스토킹처벌법에 대해 분노하게 만들었다'는 제목으로 지난 14일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2년간 스토킹을 당한 역무원 A씨가 직장 동료인 전주환에게 근무 도중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보도는 BBC 서울특파원인 진 매켄지 기자가 전했다.

기사에선 이번 사건을 '충격적인 살인사건'으로 표현했다. 가해자 전주환이 장갑과 일회용 샤워캡을 쓴 채 A씨가 근무 중이던 여자 화장실 밖에서 1시간 넘게 기다린 뒤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경위를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또한 두 사람은 입사 동기로 2019년부터 악연이 시작됐다고 전하며, 전씨가 300여 차례나 문자나 전화를 하는 등 만남을 강요하고 협박했다고 했다.

BBC는 현재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스토킹처벌법에 대해서도 진단했다. 기사에선 "지난해까지만 해도 스토킹은 경범죄로 분류돼 과태료만 부과됐다"며 "지난해 10월 마침내 스토킹처벌법이 통과됐지만, 피해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해자를 기소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불충분하고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많다"고 보도했다.

21일 신당역 살해 피의자 전주환이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그러면서 이런 점 때문에 역무원 A씨가 살해됐다고 전했다. BBC는 "이 같은 허점 때문에 스토커가 피해자를 괴롭히고 사건을 철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면서 "같은 방식으로 전씨는 피해자를 위협하려고 시도했다. 전씨는 경찰에 A씨가 법적조치를 취한 것에 분노해 살해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런 이유 때문에 현재 스토킹처벌법에 대해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피해자가 합의해 주지 않으면 더 큰 폭력,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BBC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피해자들이 기소에 동의하도록 요구하는 조항을 없애라고 법무부에 권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검은 옷을 입고 서울에 모여 희생자를 추모하고 항의했다"며 "시위대는 A씨의 고용주, 경찰, 법원에 의해 그가 실패했다고 외쳤고, A씨의 죽음은 훨씬 더 큰 문제의 징후가 됐다. 그들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안전한 공간이 없다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해당 집회는 22일 서울 종로구 종각 앞에서 여성노동연대회의 주최로 열렸다.

여성노동연대회의가 22일 밤 서울 종로구 종각 앞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6년 전 서울 강남역 인근 공중화장실 살인사건을 거론했다. BBC는 "2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졌을 때 자신을 무시한 모든 여성에 대한 보복으로 살해했다는 한 남성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며 "시위자들에게 이번 살인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했다.

BBC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했던 "여성가족부 폐지" 발언에도 주목했다. 기사에서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은 여가부가 구조적 성차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신당역 살인사건 현장을 방문했을 때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말해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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