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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보다 판매되는 반려동물이 많다고? 불법 번식 막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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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운영합니다.
저는 2020년 5월 경기 고양시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샤페이종 '길구'(4세)입니다. 번식장에는 뜬장(동물들의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밑면에 구멍을 뚫은 장)에 갇힌 개들이 질병 위험에 노출된 채 번식에 동원되고 있었습니다. 일부 개들은 언제 죽었는지도 모를 개의 사체를 곁에 두고 살아야 했지요.
문제는 이 같은 불법 번식장이 성행하지만, 그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이는 국내에서 태어나거나 수입된 반려동물 수보다 판매된 수가 더 많게 나오는 '이상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동자연)가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수입된 반려동물 수는 6만8,097마리였지만 판매는 9만7,731마리로 생산∙수입된 동물보다 판매된 수가 약 3만 마리 더 많았습니다. 2020년, 2019년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동자연은 "지난해 전국에서 미등록∙미허가 영업 단속건수는 56건에 달했다"며 "불법 생산업체로부터 생산된 동물이 판매업장을 거쳐 유통되면서 판매된 수가 생산∙수입보다 많은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불법 번식장이 성행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관리, 감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43조에 따르면 동물 생산∙수입∙판매∙장묘업자는 실적보고서를 다음 해 1월 말까지 지자체장에게 제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영업정지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영업자가 허위실적을 보고해도 이를 제대로 걸러낼 수 없는 게 현실인데요.
동자연이 2020년 각 지자체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2019년 판매된 반려동물 수는 15만7,399마리였던 반면 올해 위성곤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에는 8만4,511마리로 절반에 가까운 7만2,888마리나 차이가 났습니다. 채일택 동자연 정책팀장은 "정보공개청구 과정에서 일부 지자체는 영업자가 매년 실적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위반 시 행정처분 대상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영업자가 실적보고 자체를 누락하거나 허위로 보고해도 이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영업 관리·감독만을 강화한다고 해서 동물이 처한 현실이 나아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생산, 유통, 판매과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은 동물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입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반려동물 생산∙판매단계부터 개체식별번호를 부여한 후 판매하도록 하는 반려동물 이력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정부는 당초 올해까지 반려동물 정보를 모으는 이력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지만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에나 시스템 구축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음지에 놓인 동물 생산, 판매업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반려동물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반려동물 이력관리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이에 더해 이제라도 각 지자체가 영업자의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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