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 중 난데없는 실언… 외교참사 논란 불 지핀 윤 대통령

입력
2022.09.22 18:00
'조문 취소' 논란 이어 '이 XX들' 취재 카메라에 포착
대통령실 "미국 의회 아닌 우리 국회 겨냥한 것" 반박
바이든 대통령 환담으로 '스타트업 육성' 행사 불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영국ㆍ미국ㆍ캐나다 3국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난데없는 실언으로 '외교 참사' 논란을 키웠다. 첫 방문국이었던 영국 런던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조문 취소’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윤 대통령은 이번엔 무심코 내뱉은 비속어가 방송사 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48초간 환담했다. 논란은 환담이 끝난 뒤 불거졌다. 회의장을 걸어 나오던 윤 대통령은 동행한 박진 외교부 장관과 김성한 안보실장 쪽을 바라보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육성은 당시 현장에서 풀(Poolㆍ공동) 취재 중이던 방송사 카메라에 담겼다. 윤 대통령이 비속어로 겨냥한 것은 미국 의회로 추정된다.

다만 윤 대통령의 실제 발언을 들어보면 "(우리)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는 해석도 일각에선 나온다. 미국 의회나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회를 겨냥한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글로벌펀드 질병퇴치기금에 1억달러를 기여하기로 약속했는데, 이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나왔다는 해석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도 22일 오전 현지 브리핑에서 해당 발언은 대한민국 국회를 향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윤 대통령이 거대 야당이 국제사회를 향한 이행을 거부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박진 장관에게 전달했고, 이에 박 장관은 야당을 잘 설득해 잘 통과시키겠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외교활동을 왜곡하고 동맹을 이간하는 것이야말로 자해행위"라고 성토했다.

이에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윤 대통령의 발언을 “사적 발언”으로 규정하며 “회담과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신 게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뉴욕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거짓말 같지만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윤 대통령을) 뒤따라가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며 “누가 어떻게 녹음을 했는지 모르지만, 진위도 판명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어떻게 해서든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외교참사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언 논란 말고도 이날 윤 대통령의 뉴욕 일정은 예정됐던 일정이 취소되는 등 매끄럽지 않은 진행이 도마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애초 이날 오후 한미 스타트업 서밋과 K-브랜드 엑스포 등 한국 경제인 관련 행사에 잇따라 참석할 예정했지만 행사 직전 갑작스럽게 불참을 통보했다. 정상회담이 불발될 위기에 처하자 바이든 대통령과의 환담을 위해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하면서 일정이 뒤죽박죽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외교 참사’라고 맹공을 퍼부으며 윤 대통령의 외교ㆍ안보라인 경질을 강하게 요구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회담 장소를 나오면서 비속어로 미국 의회를 폄훼하는 장면이 담겨 큰 외교적 실례를 범했다”고 직격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입에 담을 수 없는 저급한 말로 혈맹의 의회를 지칭했다”며 “외교 성과는 전무하고 남은 것은 ‘이XX’뿐”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여권도 들썩였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님 정신차리십시오”라며 “정말 쪽팔린 건 국민들이다. 부끄러움은 정녕 국민들의 몫인가요”라며 날을 세웠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취소 논란을 적극적으로 방어했던 국민의힘도 이번 실언 논란에는 공개적인 대응을 삼가는 분위기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이 '윤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고 묻자 “자세한 발언 내용이나 경위, 전후 사정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뉴욕 =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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