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XX, 쪽팔려서..." 정상들의 아찔한 '핫 마이크' 순간

입력
2022.09.22 17:30
마이크 켜진 줄 모르고 말하다 일어난 '사고'들
"마이크 조심하라"던 바이든, 기자 욕하다 걸려
레이건 "러시아 폭격" 농담했다 외교 문제 비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 일정을 소화하던 도중 한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취재 마이크로 들어가면서 공개, 온라인상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일은 해외 정상들도 종종 겪는다.

'핫 마이크(hot mic)'라는 표현은, 녹음기가 주변에 있거나 마이크가 커져 있는지 모르고 말을 하다가 노출되면서 문제가 되는 사건을 가리킨다. 도처에 카메라·마이크가 있고 행사 면면이 녹화되는 국제행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미디어가 적었던 과거에는 드물었지만 인터넷이 발전한 지금은 타의에 의한 '유출'이 더 빈번하다.


2010년에도 걸리더니 올해도 걸린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1월 폭스 뉴스 기자 피터 두시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내뱉은 욕설이 고스란히 마이크에 실려 나갔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1월 기자들과의 브리핑 후 인플레이션 관련 질문을 한 기자를 향해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멍청한 개자식(What a stupid son of a b---h)"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문제에 시달리던 바이든 대통령이 관련 질문을 낸 기자를 향해 신경질적 반응을 내보인 것인데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기자에게 사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하던 2010년 건강보험 부담 적정법(일명 오바마케어)에 서명하는 오바마 당시 대통령에게 "이건 겁나게 큰일(Big f--king deal)"이라고 말했다가 마이크로 새 나가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나중에 당시 사건을 돌이켜 본 바이든 대통령의 한마디는 "모든 마이크는 켜져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였다. 그런 바이든 대통령도 2022년에 또 걸린 것이다.

"트럼프 기자회견 너무 길어" 외교 현장에서 잦은 험담

2019년 12월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리셉션에서 쥐스탱 트뤼도(가운데) 캐나다 총리가 정상들과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외교현장에서 다른 정상에 대한 험담 유출은 더 흔하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019년 영국 버킹엄궁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도중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 대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지나치게 긴 기자회견을 놀리듯 험담했다. "40분 동안이나 기자회견을 하더라고. 참모들 턱이 땅에 붙었더라(당황해하더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캐나다 CBC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트럼프는 "그는 위선자(two-faced)"라고 말했다. 트뤼도는 "양국 관계는 좋다"고 애써 수습했다.

2011년 주요20개국(G20) 회의가 프랑스 칸에서 열릴 때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대통령은 회의장에서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을 붙잡고 "(베냐민) 네타냐후 (당시 이스라엘 총리)를 견딜 수가 없다. 그는 거짓말쟁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마이크가 켜져 있어 다른 자리에서 이어폰을 끼고 있던 프랑스 기자들이 이 발언을 들었다는 것이었다. 당시는 세계 주요국과 이란과의 비핵화 협상이 한창이라 이스라엘과의 관계 관리도 중요했다.

너무 솔직한 오바마 "대선 때까지 참아줘"

2012년 3월 26일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구체적인 협상 내용이 마이크로 새 나간 경우도 있었다. 2012년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때 참석한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은 무기체계 건설을 둘러싸고 힘겨루기 중이었다.

당시 대선이 열리는 시점이어서 성과가 절실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마지막 선거인데 여지를 좀 달라. 선거 끝나면 내 입장도 유연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전하겠다"고 답했다. 이 내용이 녹음이 돼 알려지면서 자연히 공화당 쪽에서는 "대선만 끝나면 유권자의 입장을 무시하겠다는 뜻"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증산 더 못 한다던데?" 한마디에 요동친 유가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올해 6월 26일 독일 엘마우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회의 도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가까이 다가가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핫 마이크'는 시장도 움직인다. 유가 폭등에 대한 대응이 주요 의제였던 올해 6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때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산유국들과 나눈 대화를 알려주며 "아랍에미리트는 증산 여력이 없다더라. 사우디아라비아는 약간 있다고 한다"고 귀엣말을 했다. 이 녹음이 보도로 나가면서 국제유가가 더욱 급등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월 사우디를 방문했다.

마이크 테스트했다가 진짜 핵전쟁 낼 뻔

로널드 레이건(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비에트 연방 공산당 서기장이 1987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약에 서명한 후 펜을 교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소 냉전 시대인 1984년엔 대참사가 될 뻔한 '핫 마이크'가 있었다.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은 매 주마다 라디오 방송을 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방송 전 마이크 테스트를 하겠다면서 "미국인 여러분, 나는 러시아를 영원히 불법화하는 법안에 서명하게 돼 기쁘다. 5분 뒤에 폭격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폭격을 한다는 것도 아니었고, 어디까지나 마이크테스트를 겸한 농담이었지만, 마이크를 통해 전달된 내용은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보도됐다. 냉전 시대에 중요한 미·소 관계가 얼어붙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당시 크렘린은 "전례 없이 적대적"이라고 논평했다. 다행히 사건이 있었던 이듬해인 1985년부터 집권한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은 레이건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이는 냉전 완화와 종식으로 이어졌다.

인현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당신이 관심 있을만한 이슈

댓글 1,324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