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늘어나는 '수상한 외환송금' 규모, 10조 넘었다

입력
2022.09.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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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거래 규모, 한 달 만에 1조 원 더 불어나
혐의업체도 82개로 확대… 대부분 홍콩행
"준수사항 못 지킨 은행은 엄중 조치 예정"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서 열린 상장기업 유관기관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서 열린 상장기업 유관기관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은행권에서 발생한 '수상한 외환거래' 규모가 10조 원을 훌쩍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로 달러를 유출한 업체 수도 기존보다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22일 '은행권 이상 외화송금 검사 추가 진행상황’을 발표하면서 현재까지 확인된 수상한 외화송금 규모가 72억2,000만 달러(약 10조1,080억 원, 원·달러 환율 1,400원 기준)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14일 발표했던 규모보다 6억8,000만 달러가 더 불어난 것이다. 이상 외화송금 혐의업체 수(중복 제외) 역시 65개사에서 17개 늘어난 82개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앞서 6월 '수상한 외환거래' 사태의 시작점인 우리·신한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에 돌입했다. 이후 전 은행권 자체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달부터 국민·하나·SC·농협·기업·수협·부산·대구·광주·경남 등 10개 은행에 대한 현장·서면 검사로 확대했다.

추가 검사를 통해 포착한 '수상한 외환송금'의 수법은 기존 방식과 대부분 유사했다. 자금의 대부분은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를 빠져 나와 다수의 계좌로 흩어진 뒤 특정 무역법인 계좌로 집결됐고, 다시 은행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였다.

국내에서 유출된 자금의 종착지는 대부분 홍콩으로 밝혀졌다. 홍콩으로 보낸 규모는 51억8,000만 달러로, 전체의 71.8%를 차지했다. 이어 일본과 중국에도 각각 11억 달러(15.3%)와 3억6,000만 달러(5%)가 송금됐다.

송금 업체는 주로 △중개·도매업(22%) △여행 관련업(19.5%) △화장품 도매업(12.2%)으로 위장했다. 또 업체 중 절반은 5,000만 달러 미만을 송금했지만, 상위 5개 업체는 업체당 4,200억 원(3억 달러)이 넘는 돈을 해외로 유출했다. 금감원은 적발한 혐의업체 정보를 검찰·관세청과 공유해 외환거래법 위반 등 위법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추가 검사를 통해 적발한 사례 중에는 수신처가 무역업체가 아닌 지급결제업체로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외환거래 사유가 수입 물품 대금 결제인데 정작 돈을 받은 해외업체는 수출업체가 아닌 지급결제 업체였던 것으로, 정상적인 수출입거래로 보기 어렵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12개 은행에 대한 검사를 다음 달까지 마무리하되 필요할 경우 검사 기간도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자금흐름 추적 등을 통해 외화송금거래의 실체를 확인하고, 은행의 관련 법령 준수여부 등을 점검 중"이라며 "검사 결과, 외국환업무 취급 등 관련 준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은행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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