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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과 대만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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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이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받을 때 주한미군의 지원 문제를 언급했다. 최근 한미연구소 화상대담에서 한국군 지도부와 이 문제의 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다. 그는 “어떤 일이든 사령관과 지도자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준비한다”며 “진행되는 논의가 있다”고 말했다. 미군과 한국이 대만 사태에 대비한 역할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는 말이다.
□ 사실여부를 떠나 발언의 적절성을 지적할 수 있으나 러캐머라 사령관의 발언은 최근 워싱턴 분위기와 맞물려 주목할 만하다. 의회 보수 인사들은 대만 보호를 위한 주한미군 동원에 한국 정부가 허용할 준비가 돼 있는지 묻고 있다. 의회조사국(CRS)도 지난달 30일자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 지상군’ 보고서에서 주한미군이 대만 사태에 개입할 수 있도록 역할 확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 군부 입장에서도 주한미군이 대북 억제를 넘어 대중 억제로 역할을 확대할 필요성은 크다.
□ 마크 에스퍼 전 국방부 장관은 7월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 충돌 시 한국이 개입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군사적 지원이든 대중 교역 중단이든 분쟁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는 뜻이다. 중국이 이런 우려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는 징후도 포착된다. 중국군은 지난달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실시한 군사훈련 일부를 한반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산둥반도 인근으로 확대한 바 있다. 선박 진입까지 금지시킨 훈련은 한미연합훈련 견제용이란 해석과 함께 대만에 대한 한국·일본 내 증원군 차단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 러캐머라 사령관 발언 직후 주한미군은 “미국 정부와 국방부의 대만 정책기조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 확산을 경계한 것인데 만만찮은 파장 때문일 것이다. 한국으로선 주한미군 역할 확대를 용인하면 한반도가 미중·미러 갈등의 무대로 돌변하는 문제가 생긴다. 냉전 이후 한국과 대만 문제가 동떨어져 있지 않은 현실을 외면하기도 힘들다. 한국전쟁에서 미군은 대만 국민당군의 역량 이용을 검토했고, 중국은 휴전과 대만 문제를 연계시켰다. 미중 갈등이 첨예해질수록 피하기 어려운 동맹의 대가들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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