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대 외환거래 수사… 은행, 피해자인가 조력자인가

입력
2022.09.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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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검, 우리은행 본점 압수수색
"직원 1명 불법 송금 관련 조사 중"
무역거래 없는데도 수천억 원 송금

대구지검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구지검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찰이 시중은행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수천억 원의 외환거래 수사와 관련해 우리은행을 압수수색하고 은행 직원의 연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해외로 돈을 보낸 법인들이 실제로 무역거래를 하지 않았는데도 허위증빙자료를 제출한 뒤 외환거래를 한 점에 주목하고, 은행도 불법 송금에 관여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 이일규)는 전날 우리은행 본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우리은행 직원 A씨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유령법인 여러 곳을 설립한 뒤 신고 없이 가상자산 거래 영업을 하면서 4,000여억 원의 외환을 해외로 송금한 혐의로 법인 관계자 B씨 등 3명을 구속 수사했다. 검찰은 외환거래가 우리은행을 통해 이뤄진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당시 우리은행 지점에서 근무한 A씨가 불법 외환 송금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지검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보내온 이상 거래 내역을 조사해 시중은행을 통한 수상한 외환거래가 이뤄진 점을 포착하고 지난 5월부터 수사해왔다.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유령 법인을 설립한 뒤 정상적인 무역거래 대금으로 위장해 해외로 송금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해당 법인이 지난해 4월 설립됐고 자본금도 1억 원 밖에 되지 않는 등 4,000억 원 이상을 거래 대금으로 지출할 만큼 규모가 크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해당 법인들은 시중은행에 외환거래 목적을 귀금속과 반도체칩 등 수입물품 대금이라고 설명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허위자료로 드러났다.

검찰은 영세한 유령 법인들이 무역거래를 하지 않았는데도 거액의 외환 송금이 이뤄진 점을 주목하고 시중은행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구지검은 최근에도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과 외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유령법인 관계자 3명을 구속했다.

대구=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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