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빼고 다 올랐다!" 에너지 위기에 유럽은 '시위 중'

입력
2022.09.22 18: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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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물가" 벨기에서 1만명 시위
체코 7만명... 독일·영국 등 곳곳서 '규탄'
'반값 요금' '에너지 기업 국유화' 조치 속속

벨기에 브뤼셀에서 21일(현지시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브뤼셀=로이터·연합뉴스

벨기에 브뤼셀에서 21일(현지시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브뤼셀=로이터·연합뉴스


유럽이 '시위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발한 가스·전기 등 에너지 비용 상승, 이로 인한 초고물가 상황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각국 정부는 에너지 위기가 야기할 '더 추운 겨울'을 막아내기 위한 방도를 찾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겨울 가스 요금 낼 수 있을까..."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는 21일(현지시간) 전국에서 시위대가 몰려들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시위대 규모는 경찰 추산 1만 명. 이들은 치솟을 대로 치솟은 물가를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호소했다. "삶이 너무 비싸다", "내 임금만 빼고 모든 것이 오르고 있다", "사람 말고, 물가를 잡아라" 등 문구가 적힌 깃발이 나부꼈다. 노동조합이 주도한 시위이지만, 벨기에의 일반 정서와도 크게 괴리는 없어 보인다. 벨기에 일간 브뤼셀타임스가 20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벨기에 국민 64%는 "이번 겨울 가스∙전기 요금을 낼 수 있을지 없을지 우려된다"고 답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 3일 체코 수도 프라하에는 7만 명이 모여 정부를 규탄했다. 시위대는 "유럽연합의 러시아 제재가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천연가스를 싸게 들이기 위해 러시아와 손잡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물가 상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등의 이유로 진행된 불신임투표에서 정부가 가까스로 살아남은 지 하루 만의 일이었다.

독일에서는 이달 초 좌파당이 '정기 시위'를 제안했다. 독일 정부의 에너지 위기 대응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면서다.

영국,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몰도바 등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 국제전략연구소 소속 벤 차힐 선임 연구원은 "겨울에도 에너지 가격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정치적 스트레스는 더 커질 것"이라고 포린폴리시에 말했다. 지난달 31일 유럽연합(EU) 통계 당국인 유로스타트가 발표한 유로존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9.1%로 사상 최고치였다.

각국 정부, 막대한 재원 투입해 대책 마련 중

독일 최대 가스업체 유니퍼의 공장을 지난 6월 작업복을 입은 관계자가 둘러보고 있다. 비어방=APF·연합뉴스

독일 최대 가스업체 유니퍼의 공장을 지난 6월 작업복을 입은 관계자가 둘러보고 있다. 비어방=APF·연합뉴스

각국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공급선 다변화 등으로 출구를 찾는 데 더해 막대한 재정을 동원해 소비자들의 에너지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영국 정부는 '기업∙학교∙병원 등 기관에 대한 가스∙전기 요금을 반값으로 줄이겠다'고 21일 발표했다. 다음 달부터 6개월간 시행된다. 리즈 트러스 총리는 "기업과 단체, 공공부문이 에너지 청구서로부터 받는 '엄청난 압박'을 이해하기 때문에 우리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의 가스 차단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가스회사들을 국유화하겠다고 나섰다. 최대 업체인 유니퍼 인수 작업에만 290억 유로(약 40조1,969억 원)가 들 것이라고 로이터는 추산했다.

스페인은 에너지 사용을 감축하는 기업들에 재정적 보상을 예고했다.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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