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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BTS 아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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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2030부산세계박람회의 홍보대사가 되었고,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무료 콘서트가 부산에서 열릴 것이라는 소식에 전 세계 아미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콘서트 장소가 기장군 일광읍의 옛 한국유리 공장 부지임이 알려지면서 콘서트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부산시와 엑스포 유치위원회에 대한 격렬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공연 부지로 가는 경로가 2차선 도로밖에 없을 뿐 아니라, 그곳은 현실적으로 10만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제반시설을 전혀 갖추지 못한 황무지다. 현저히 부족한 출입구와 자갈밖에 없는 공연장에서 수많은 관객들의 안전사고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10만 관객'에 집착하며 이 공장 부지를 공연장으로 선택한 유치위원회 측의 숨은 의도에 대한 가설들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부산시는 자신들이 후원만 하기 때문에 공연부지 선택과 변경 모두 BTS 소속사인 하이브의 책임이라고 밝혔으나,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후원에 이름은 올려놓고서 공연비용은 지원하지 않고, 공연비용은 하이브가 알아서 후원사들에 받으라고 하는 부산시 행태는 대체 누가 엑스포를 유치하려는 것인지까지 헷갈리게 한다. 이 상황은 박근혜 정권을 포함한 과거 역대 정권의 정치권력이 기업들에 후원을 강요했던 사건들과 겹쳐 보이며, 아미이자 시민인 나의 마음을 절망으로 짓눌렀다. 무책임, 무능, 탐욕의 컬래버를 마주하며 이 절망스러운 상황이 현실임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미들은 부산시보다 앞서 그 부지에 대한 실사를 하고, 관련된 비리 의혹들을 조사하는 집단적 움직임으로 언론들이 해당 문제를 보도하도록 만들었다. 한 방송사는 해당 장소에 얽힌 정치권의 비리 의혹에 대한 과거 영상을 유튜브에 다시 업로드하기도 했다. 나아가 아미들은 한국 내 정치적 상황을 알지 못하는 외국 아미들에게 영어로 상황을 공유하고, 그 황무지에서 공연할 경우를 대비해 안전·의료·통역 요원 등의 자원봉사단을 자체적으로 꾸리고, 바가지 숙박요금을 피하기 위한 대안들을 마련했다. 그렇게 이들은 결국 공연장 부지 변경을 끌어냈다.
현실의 조건들은 절망을 불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불합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한 일반 시민-아미들의 자발적인 행동들은 나에게 다른 가능성들을 보여주었다. 후원사들이 경품으로 내건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티켓 값보다도 큰 비용을 지불하면서, 사각턱이 되도록 껌을 씹고, 점심으로는 불고기팩 버거를 먹고, 당분 가득한 도넛을 먹고 있는 아미들에 대해 어떤 이들은 '무지성 팬덤'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총동원해 연대할 줄 아는 시민, 결국엔 현실을 바꾸어 내고야 마는 역량을 가진 집단이다.
우리는 어떻게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미래의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보통 희망적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래서 희망은 제반 조건이 어느 정도는 마련돼야 꿈꿀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내가 바라는 어떤 변화들이 자연스레 이뤄질 가능성은 절망 쪽에 가깝다. 희망은 현실적으로 볼 때 망상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절망과 불합리에도 불구하고 아미의 행동에서 나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본다. 희망은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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