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포스코는 멈춰 있는데 현대제철은 파업 예고까지…'스틸플레이션' 다가오나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여파로 멈췄던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아직 정상 가동을 못 한 상태에서 철강재 대안 공급처로 꼽히는 현대제철에선 노동조합이 파업을 예고하면서 국내 철강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수요처마다 몇 달 치 재고를 확보해 당장 완제품 생산이 멈추지는 않지만, 산업계 전반에선 철강재 수급 차질에 따른 가격 상승을 피하긴 어려울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벌써부터 철강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을 뜻하는 '스틸플레이션(steel+inflation)'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단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지회 네 곳(당진·인천·포항·당진하이스코)은 최근 사측에 "22일 예정된 16차 노사 교섭에 사측이 참석하지 않을 경우 쟁의행위에 돌입하겠다"라고 밝혔다. 노조 측에 따르면 이날까지 교섭을 15회 진행했지만, 사측이 모두 나오지 않으면서 교섭이 불발됐다. 노조는 5월 말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익 15% 성과급 지급 등을 담은 2022년 임단협 요구안을 사측에 보냈지만, 임단협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7월 말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 등을 통해 파업권을 얻었다.
사측은 노조에서 '파업 데드라인'으로 정한 16차 노사 교섭에도 나서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체철 관계자는 "노조가 공동 교섭을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는 지회별로 임금 체계가 다른 부분이 있어 (공동 교섭이 아닌) 별도 교섭 진행을 요청하고 있다"며 16차 교섭 또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을 전했다. 사실상 노조가 파업을 해도 막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수해 복구가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다 현대제철 파업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산업계의 긴장감은 높아졌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포항제철소에 의존해 온 선재, 전기강판, 스테인리스스틸(STS) 상품의 생산이 수급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유일한 국내 대안 공급처로 꼽힌 현대제철까지 파업으로 멈추면 그 압박은 더 강해져 철강재 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업계 안팎에서도 철강재 수입량을 늘릴 수밖에 없어 완제품의 가격 상승도 막을 수 없을 거란 시각이 많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주요 국내산 철강재값이 모두 뛰었다. 열연강판 유통 가격은 톤(t)당 109만 원으로 전주(99만 원) 대비 10% 이상 올랐고, 후판 가격은 95만 원에서 109만 원, 스테인리스 열연은 400만 원에서 420만 원까지 급등했다. 국내산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외국산 제품 가격도 비슷한 폭으로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 제품은 벌써 두 배 가까이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철강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포스코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고객사 및 유통점이 보유한 주요 제품의 재고량은 2, 3개월 수준"이라며 "중국과 태국 등 해외 생산 법인에서 만든 스테인리스 제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포항제철소에서 만든 스테인리스 슬래브(철강 반제품)를 광양제철소로 보내서, 열연·냉연 제품으로 가공하는 듀얼 생산 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파업에 따른 산업계 전반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