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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당직 배제가 '스토킹 살인' 대책이라고?

입력
2022.09.21 18: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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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하철 종사자 등 안전강화 대책'에 대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하철 종사자 등 안전강화 대책'에 대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여자분들은 이제 들어가세요."

몇 년 전 취재원과 저녁 자리를 함께한 남성 동료 기자에게 들은 말이다. 밤이 깊었으니 '안전귀가' 하라면서다. 여성 기자들만 쏙 뺀 채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그들을 보면서, 난 하나도 고맙지 않았다. 배려가 아닌 배제였으니 말이다.

당시 겪었던 '불쾌한 배려'가 2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긴급 현안질의를 보던 중 다시 떠올랐다.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후속 조치에 대한 질의에 "여성 역무원의 당직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여성 직원의 '위험한 근무'를 줄여 강력범죄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겠다는 뜻이다. 현실은 어떨까. 피의자 전주환의 범행은 스토킹 범죄의 특성을 간과하고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 피해자의 추가 고소에도 영장을 재신청하지 않은 경찰의 판단 미스, 이성에게 적극적으로 구애 행위를 한 것이 뭐가 문제냐는 남성 중심적 사회 분위기 등이 총체적으로 얽히면서 발생했다. 참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수사기관과 사법부는 물론이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성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의 대책은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다. 여성 직원의 업무 영역을 축소하고, 근무에서 배제하는 방식은 '여성 야간당직자에게 범죄 발생의 원인이 있다'는 의미로 오독될 소지가 충분하다. 성 관련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여성과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는 '펜스 룰'과 다를 게 무엇인가. 공사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도 결국 성차별적 발상일 뿐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21일 성명에서 "여성의 직무 수행 능력을 제한해 특정 업무에서 제외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고, 오히려 불이익 조치에 해당한다"며 "누군가 할 수 없는 업무를 늘리는 것이 아닌, 누구나 안전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재발 방지 대책의 방향은 분명하다. 공사가 사건 직후 직위해제자도 내부망 접속이 가능했던 시스템을 부랴부랴 고친 것처럼 성범죄 가해자 쪽에 대책의 초점을 맞추는 게 맞다. 성범죄와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전하고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게 피해자의 권리 제약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현재 국회에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내용의 여야 법안 10여 건이 계류돼 있다. 국회가 이번에는 정말 속도를 내야 한다. 언제까지 "여성은 빨리 집에 가야 한다"고만 할 텐가.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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