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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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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1일 국회 교육위는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관련 증인 채택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우리나라 대학 교육과 연구를 무너뜨릴 수 있는 사안”이라며 국민대와 숙명여대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부르자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증인 없는 국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맞섰다. “이번 교육위 국감은 김건희 국감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민주당 주장은 정쟁 목적이 다분하다. 이렇게 되기까지 일을 키운 건 국민대 몫이 크다.
□ 애초에 국민대가 원칙대로 김 여사의 박사논문 표절을 인정하고 학위를 취소했다면, 김 여사는 잠깐 망신스러웠을 수는 있으나 정치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큰 타격 없이 지나갔을 것이다. 지금쯤 국감 논란은커녕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그의 논문들이 낱낱이 파헤쳐져 점집 사이트, 지식거래사이트, 블로그 등에서 그대로 베껴온 사실도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 국민대는 연구부정이 없다면서 검증 내용은 비공개에 부쳤다. 동문 비대위가 소송을 내 법원이 연구윤리위 회의록을 제출하라는데도 버티는 중이다. 교수회는 투표를 거쳐 검증을 안 하기로 결정하고는 “집단 지성”이라 밝혀 비웃음을 샀다. 숙명여대 또한 김 여사의 석사논문 본조사를 하염없이 미루는 사이 범학계 검증단이 나서 표절률이 50%가 넘는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교수협의회는 조사를 촉구하며 "이 사안에 대한 우리 대학의 대응은 한국의 지식생태계 건전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 향방과 무관하지 않으며, 한국 대학의 신뢰가 떨어진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문제는 김 여사가 아니다. 대학의 학문적 양심이 진짜 문제가 됐다.
□ 김 여사는 서울의소리와 통화에서 권력이 무서운 건 “안 시켜도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국민대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알아서 눈치껏 했을 것이다. 그러느라 대학의 명예를 내던졌고, 김 여사에게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다. 알아서 한 일이 종종 치르는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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